“잠자는 수면 데이터 깨워야…표준화한 해석 프레임 필요”

전효진 기자 2022. 11. 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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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Interview] 신현우 한국수면기술협회 초대 회장

코로나19를 계기로 숙면을 돕는 산업이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 수면의 상태를 측정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시키는 전통적 방법에 AI 기술이 접목되면서 관련 산업도 커지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는 지난 2017년부터 매년 슬립테크(sleep-tech·잠과 기술의 합성어) 관련 부스를 마련하는 등 글로벌 IT기업들 다수가 참전하면서 각축전이 펼쳐지는 양상이다. 애플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뿐 아니라 신기술을 선보이는 크고 작은 스타트업 등이 뛰어든 슬립테크 시장을 이코노미조선이 조명했다. [편집자주]

신현우 한국수면기술협회 초대 회장. 서울대 의대, 현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전문의, 현 대한수면학회 연구이사, 현 서울대 의대 연구부학장,현 아워랩 대표이사, 전 미 스탠퍼드대학교 수면의학센터 방문교수 / 전효진 기자

“인간이 잠들면 체온이 떨어진다. 생체 신호 변화를 감지해 에어컨과 냉장고가 알아서 저전력 모드로 바뀌는 세상이 머지않았다. 지금은 쌓이고 있는 방대한 수면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표준화한 해석 프레임을 갖출 때다.”

신현우 한국수면기술협회 회장은 11월 2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 의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는 플랫폼은 빠르게 발달하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도 넘쳐나는 데이터를 해석할 표준화된 프레임이 없는 상태로 10여 년이 흘렀다”며 “인공지능(AI) 딥러닝(심층학습) 기술을 활용한 수면 데이터 해석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어 “전기차의 등장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의 대변혁이 일어났듯, 수면 시장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처럼, 데이터 수집뿐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하는 알고리즘 정비를 먼저 하는 주체가 판도를 쥘 것”이라고 했다.

신 회장은 2004년 서울대 의대 졸업 후 서울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환자 등을 진료하다가 2018년 ‘아워랩’을 창업해 세계 최초 구동형 하악(아래턱) 전진 장치인 ‘옥슬립’을 개발했다. 아워랩은 생체 신호로 수면 상태를 파악하는 수면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 중인데,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저변을 넓히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즘 수면 산업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커졌다.

”지난 1월 미국 세계 최대 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2에 참석했을 때 노스홀 절반이 침대로 꽉 찼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도 수면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실감했다. 재미있는 부분은 기존 수면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에 ‘디지털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의 등장이 미루고 미루다 한순간에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산업을 흔드는 것처럼 (수면 산업도) 변화의 에너지가 상당히 응축된 상태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여러 플랫폼을 통해 이미 상당한 양의 수면 관련 생체 신호를 모았지만, 방대한 데이터를 해석하는 프레임을 표준화하지 못해 데이터가 아직도 산발적으로 흩어져 잠자고 있다.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로 정제하는 작업이 중요한 상황이다.”

수면 관련 데이터는 얼마나 쌓여 있는가.

”현재 수면다원검사의 경우, 국내에서 연간 10만 명 정도가 받는 것으로 보인다. 하룻밤을 검사할 경우 그 안에 들어간 생체 신호 정보는 1.2GB(기가바이트) 이상으로 엄청나다. 엑셀 파일이 한 번에 열리지도 않을 정도의 분량이다. 그런데 환자는 한 번 검사 시 네 쪽 분량의 요약된 리포트를 받게 된다. 나머지는 ‘잠자고 있는 데이터’라는 의미다. 확보된 데이터는 일종의 블랙박스 같다. 여기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AI 학습용 데이터베이스가 정제돼야 하고 표준화된 해석 틀이 필요하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지난 2여 년간 수면다원검사의 자동 판독을 위한 AI 학습용 데이터 세트 구축에 힘써왔다. 원리는 무엇인가.

”수면 측정 신호를 담은 이미지를 AI가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학습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수면 판독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6시간짜리 수면 데이터의 경우 30초 단위로 뇌파, 안전도(眼電圖), 근전도(筋電圖), 호흡 신호 등 최대 21개 신호를 담은 이미지 파일 720장이 나온다. 여기서 관련 시그널을 하나씩 지워 보며 학습시키는 것이다. 물론 정확도 점수가 너무 높아 100에 가까우면, 오히려 새로운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떨어진다. 어느 정도의 여지를 남겨둬야 다양한 상황에서 AI가 상황에 맞는 해석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판독 결과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뇌파, 심전도, 호흡 등 어떤 기준으로 상황을 판독하는지, 과정도 본다. AI의 진단 기준을 의료진이 납득할 수 있어야지만 의료 현장과도 연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부터는 적외선 수면 영상에 대한 학습도 시키고 있다. 현재 우리 연구팀이 구축한 수면 영상 데이터는 총 1만253건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정제된 데이터가 2만~3만 건, 더 나아가 10만 건을 넘기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연구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국의 수면 산업은 전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인가.

”전통적으로 수면 산업 관련해서는 아이슬란드가 강국이다. 아이슬란드의 경우는 중장기 연구(10년) 과제를 선정하고 지원한다. 한국 역시 수면 산업을 리드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다고 생각한다. 일단 병원 단위 면적당 수면검사실이 가장 많은 편으로, 접근성이 제일 좋다. 수면과 관련된 의료진의 관심도도 높은 편이다. 지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하는 등 우리나라도 데이터 상용화 표준 모델을 만들기 위한 지원이 없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대상 분야가 산발적으로 나뉘어 있다. 수면 산업은 한국이 중장기적 연구 과제로 과감하게 투자해도 경쟁력이 큰 분야라고 본다.”

수면 산업의 발전이 국가적으로 줄 수 있는 효용은 무엇일까.

”의료 시스템만 놓고 보면 자원 낭비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노인의 경우 자다가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양병원 같은 데서 AI 모델링을 활용하면 ‘나쁜 이벤트’가 생기기 전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 입장에서는 일반적으로 80년을 산다고 보면, 숙면을 통해 3~4년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시간이 모이면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뿐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5차 산업혁명은 수면에 대해서 얼마나 시간 레버리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슬립테크

plus point

美 NIH, 수면 데이터 플랫폼 운영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수면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수면 관련 여러 코호트(특정 기간에 태어나거나 결혼한 사람들의 집단과 같이 통계상의 특성을 공유하는 집단) 연구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인 ‘NSRR(National Sleep Research Resource)’을 구축하고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무료로 공유하는 것이다. NIH는 2003년부터 50만달러(약 7억원)를 초과하는 연구 과제의 경우 데이터 공유 계획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NSRR 홈페이지에 따르면, NIH의 지원으로 지난 1988년 시작된 위스콘신 수면 코호트(WSC)를 비롯해 수많은 코호트 연구 정보가 수집되고 있다. 현재까지 약 4만6000여 명의 수면 연구 정보가 축적됐으며 951TB(테라바이트) 규모의 연구 정보가 이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무료로 공유됐다. 현재도 주기적으로 포럼을 개최하는 등 데이터 공유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스탠퍼드대, 하버드대, MIT, 케임브리지대 등 전 세계 350개 이상의 대학에서 수면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고 이 중 스탠퍼드대,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등에서는 환자 대상의 수면다원검사 오픈 데이터 세트를 구축 중이다. 한국에서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는 ‘인공지능(AI) 학습용 데이터 구축 사업’을 통해 여러 기관에서 수면다원검사 데이터 공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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