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줄서서 간신히 했다”… 부기등기 시한 앞두고 임대사업자 ‘혼란’

이미호 기자 2022. 11. 2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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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임대사업자 '부기등기(추가기재) 의무화' 시한(12월9일)이 2주도 채 남지 않으면서 등록임대사업자 사이에서 신고 과정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A씨는 "8년 민간임대로 등록했었는데 이제 곧 말소되는 상황에서 왜 부기등기를 해야하는지 납득이 안된다"면서 "그래도 임차인 권리보호를 위해 (부기등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하면 최소한 등기 과정 자체는 편리하게 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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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등기소 ‘통합 시스템’ 없고
행정인력도 턱없이 부족해 현장 ‘혼선’

#경기 양평군에 거주하는 김모씨(78)는 용인시 아파트 2채와 서울 강남구 아파트 1채 소유하고 있는 다주택자다. 그는 2016년 3채 모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는데 최근 부기등기를 처리하면서 곤혹을 치렀다. 진행 절차와 과정을 알아봤지만 요구하는 서류가 많고 내용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법무사 사무소에 문의하니 “1건당 15만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에 ‘온라인 셀프 등기’를 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 ‘전자ID’를 발급 받아야 하는데 등기소에 직접 가야만 발급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정모씨(48)는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등기소를 찾았다가 ‘대기표 40번’을 받고 2시간 넘게 기다렸다. 등기소엔 부기등기를 하려는 민원인들로 인산인해였다. 정씨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납부 인지를 떼자, “도대체 이거 어떻게 하는 거냐” “금방 가지 말고 나 좀 도와 달라”며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업무 처리를 위해 담당 공무원 2명이 있었지만 일이 너무 몰려 역부족으로 보였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 시민들이 임대사업자 등록증을 받아 가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자 ‘부기등기(추가기재) 의무화’ 시한(12월9일)이 2주도 채 남지 않으면서 등록임대사업자 사이에서 신고 과정을 놓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이 제도는 임차인의 알 권리를 강화하고 권리를 보호하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요구하는 서류가 많고 절차가 까다롭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오프라인, 온라인, 법무사에 의뢰하는 경우 등 크게 3가지 방법으로 임대사업자들에 부기등기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

부기등기란 부동산등기법 제5조에 따라 기존 주등기의 번호를 그대로 사용하되 추가로 번호기재를 붙여서 이행되는 등기를 말한다. 2020년 12월 10일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되면서, 누구나 해당 주택이 공적의무가 부여된 주택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도록 (등록임대사업자가) 부동산 등기부에 민간임대주택임을 표기해야 한다.

오프라인 방법은 등기소에 직접 방문해 신청서 작성 후 부기등기를 신청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를 위해선 임대사업자 등록증과 등록면허세 영수필 확인서 등 필요한 서류를 구청과 국세청 등에서 발급 받아 신청서와 함께 내야 한다. 이 방법은 임대등록한 물건이 현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에는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현재 서울에 거주하지만 임대등록 대상 물건이 강원도와 제주도 등에 있는 사업자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물론 등기소를 방문하지 않고 온라인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를 통해 신청하도록 돼 있는데, 역시 쉽지는 않다. 전국 등기소에 ‘사용자 등록’이 돼 있는 사람에 한해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어서다. 사용자 등록이 돼 있지 않다면 집 근처 등기소에 가서 이른바 사용자 접근번호(전자 ID)를 발급 받아야 한다. 이 ID가 있어야만 온라인 등록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법무사 위임장을 작성해 처리할 수 있는데 대한법무사협회 기준에 따른 비용(평균 1건당 15만원)이 발생한다. 행정상 편리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들이 임대주택 소유권 등기에 임대 주택임을 부기등기할 경우, 시장 현황 파악 등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집을 구하는 임차인 입장에서 관련 사실을 확인하고 싶을 때 손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아파트 전세를 구하는 임차인이라면 해당 아파트 단지 내 매물들 중 임대등록 물건이 어떤 것인지 등기만 떼보면 파악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정부 당국이 ‘통합 시스템’과 같은 전국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대사업자가 47만명에 이르지만 업무 처리를 하는 행정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수도권과 광역시 등기소 위주로 일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내달 9일까지 부기등기를 완료하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원이 부과된다. 부동산 관련 카페 및 커뮤니티에서는 ‘행정상 비효율’을 성토하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등록임대사업자 A씨는 “8년 민간임대로 등록했었는데 이제 곧 말소되는 상황에서 왜 부기등기를 해야하는지 납득이 안된다”면서 “그래도 임차인 권리보호를 위해 (부기등기를) 유도해야 한다고 하면 최소한 등기 과정 자체는 편리하게 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의 부기 등기 방식이 매우 번거롭게 돼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시스템 개선을 하려면 재정이 어마하게 들어간다. 시행령에 붙어있는 양식 하나 바꾸려고 해도 쉽게 바꾸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방식이 개선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행정처(사법등기국)는 현장의 혼선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 및 서울동부지방법원 등기국을 직접 방문해 실태를 파악한 후, 방문 신청 시 신청서 작성을 보다 간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면서 “등기소의 의견을 청취한 결과를 토대로 신청서 작성을 간이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등기소상 신청서식을 게시해 사전에 이를 작성하고 등기소에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면서 “전자신청을 하고자 하는 임대사업자를 위해서는 ‘전자신청 상세 매뉴얼’을 공지사항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등기절차의 혼잡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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