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관측 최전방’ 美 위성 3인방 퇴역 갈림길… 성능이냐 돈이냐

최정석 기자 2022. 11.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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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된 기후위성 3개에 매년 1000억 이상 사용
NASA는 차세대 위성 개발해 2028년 발사 계획
다만 현재 3개 위성 성능 대체할 위성 없어 문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기후관측 위성 테라. /NASA

“테라를 시작으로 미국이 띄운 3개의 기후 위성은 아직까지도 지구의 기후 상태에 대해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지금 퇴역시키면 많은 것을 놓치게 될 겁니다.”

미국 콜로라도대 환경과학협력연구소(CIRES)의 월리드 앱댈러티 소장이 최근 사이언스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앱댈러티 소장은 14년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일하며 2003년 우주로 발사된 극지방 탐사 위성 ‘아이스샛(ICESat)’ 개발을 주도한 인물이다.

◇20년간 지구 기후 관측한 3개 위성

NASA는 ‘테라’와 ‘아쿠아’, ‘아우라’ 등 3개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려 지구의 기후 상태 전반을 관측하고 있다. 테라는 1999년, 아쿠아는 2002년, 아우라는 2004년에 발사됐다. 지난 20년간 급속도로 진행된 기후변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이들 기후 관측 위성들의 역할이 컸다. 테라가 가장 먼저 관측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지구 표면 온도는 섭씨 0.5도 올랐고 해수면은 80㎜ 상승했으며 브라질 아마존 우림 크기 만한 숲이 없어졌다.

그런데 NASA는 이들 기상 관측 위성 3개 운영을 모두 중지하고 지구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당초 계획했던 운영 기간은 6년이었는데 이보다 훨씬 오래 관측 위성을 띄워놓게 되면서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게 문제가 됐다. NASA는 위성 3기를 운영하기 위해 매년 8500만달러(약 1125억원)를 쓰고 있다.

NASA는 다음달 중으로 테라·아쿠아·아우라 위성 퇴역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NASA가 실수하는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3개 위성이 지금껏 보여준 광범위한 기후관측 성능을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위성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우주로 띄운 극궤도위성 ‘NOAA 21호' 그래픽/ /NOAA

◇올해 쏜 위성보다 20년 된 위성이 기후 관측 성능 좋아

일부는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개발해 지난 10일 우주로 띄운 극궤도위성 ‘NOAA 21호’이 테라·아쿠아·아우라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 주장한다. 그러나 NOAA 21호에 탑재된 기후 관측 기기는 테라와 아쿠아에 쓰인 것보다 객관적인 성능이 떨어진다.

테라, 아쿠아, NOAA 21호는 모두 ‘중간해상도영상분광방사계(MODIS)’로 불리는 기후 관측 장비를 싣고 있다. MODIS는 지구의 땅, 바다, 구름, 식물, 빙하 등이 반사한 빛을 기반으로 기후 상태를 분석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는 장비다. 성능을 평가하는 척도는 장비가 보유한 채널의 개수다. 채널 개수가 많을수록 기후변화 요인을 더 광범위하게 측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테라와 아쿠아에 실린 MODIS 장비는 채널을 36개씩 갖고 있다. 반면 NOAA 21호에는 채널이 24개 뿐이다. 테라와 아쿠아를 대체하기엔 NOAA 21호의 기후 관측 성능이 더 떨어진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재 기술 개발 회사인 레이도스(Leidos)의 MODIS 수석 개발자 미구엘 로만은 이에 대해 “36가지 기능이 있는 맥가이버칼을 24가지 기능만 있는 칼로 억지로 바꾸는 꼴”이라고 말했다.

NASA는 최근 테라·아쿠아·아우라 위성의 운영을 멈추고 ‘차세대 지구 관측 위성 프로그램’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차세대 기후 위성이 구름, 에어로졸을 비롯해 장기적 기후변화 흐름을 엿볼 수 있는 핵심 요소들을 더 정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차세대 기후 위성 발사가 2028년으로 예정돼있다는 점이다. 테라·아쿠아·아우라를 조기에 강판시키면 5년 남짓한 시간 동안 기후 관측에 공백이 생길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건국대 기후연구소가 테라 MODIS 영상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지역 초미세먼지 주요 발생지를 확인한 자료. 봄철인 3, 4월에 중국 서부에서 초미세먼지가 상당량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도 기후 관련 연구에 쓰이는 테라 위성 데이터

국내 연구진들은 여전히 테라의 MODIS가 수집한 기후 데이터를 다양한 연구에 활용 중이다. 일례로 지난해 건국대 기후연구소는 테라 MODIS 영상을 기반으로 동아시아 지역 초미세먼지가 주로 중국, 특히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로 이어지는 지역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중국발 초미세먼지가 3~4월 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해 주변국가 대기질을 악화시킨다는 시·공간적 패턴도 분석해냈다.

과학자들은 테라·아쿠아·아우라 모두 2020년대 중반까지 사용 가능한 상태라고 파악 중이다. 오는 2024년부터 운영에 들어가는 기후절대복사 및 반사율관측소(CLARREO)와 3개 위성을 함께 쓰면 기후 변화를 훨씬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CLARREO는 지구로부터 나오는 반사광을 기존 장치보다 10배 더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기후 관측에 있어 ‘질과 양’ 모두를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참고 자료

DOI : 10.14383/cri.2021.16.3.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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