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수무책 스무살, 내 인생은 어디로 가는걸까…'이 와중에 스무살' [서평]

윤주희 디자이너 2022. 11.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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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스무살이 부딪치는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다운 청춘', '인생의 황금기' 같은 상투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엄마 인생이 편해지지 않으면 자기 인생도 편해질 리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는데, 자신의 행복이 상대에게 달렸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말을 반복하는 엄마와 다를 것이 없다는 깨달음은 은호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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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 스무살

(서울=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 이 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스무살이 부딪치는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다운 청춘', '인생의 황금기' 같은 상투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공무원이 좋다는 엄마 말에 행정학과에 진학했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과 동생을 부양하기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온 엄마에게 안쓰러움과 죄책감을 갖고 있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통제하려 드는 엄마를 볼 때면 좌절감과 짜증이 샘솟는다. 똑같이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를 원망하거나 부채의식을 갖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찾는데 몰두하는 남자친구 준우를 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이 와중에 스무 살'에서 전형적인 'K장녀'이자 평범한 모범생이었던 주인공 은호가 스무살이 된 후 겪는 일이자, 우리 시대 청년들이 느끼는 감정들이다. 저자 최지연은 이런 불확실하고 모호한 길을 걷는 시대에 사는 스무살의 성장을 짚어냈다.

자취를 하고 있던 은호에게 '네' 아버지와 이혼을 선포한 엄마가 서울에 올라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은호의 혼란은 더욱 커진다. 엄마가 갑작스레 자신의 생활에 다시 끼어든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 은호는 학교 상담실에 찾아가 엄마에게 남자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후 서로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은호와 엄마의 갈등은 어느 날 사소한 말다툼 끝에 대폭발한다.

짧은 가출과 자살 소동이 지나고 난 뒤 상담소를 다시 찾은 은호는 그간의 일을 돌아보면서 어쩌면 문제는 엄마에게서 제대로 독립하지 못한 자신에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마 인생이 편해지지 않으면 자기 인생도 편해질 리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는데, 자신의 행복이 상대에게 달렸다고 믿는다는 점에서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말을 반복하는 엄마와 다를 것이 없다는 깨달음은 은호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안긴다. 거리두기와 경계 짓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 건 엄마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여러 사건을 겪고 상담을 거치면서 은호는 엄마를 나름의 욕망을 지닌 개별적 존재로 바라보게 되고, 엄마 역시 변화된 딸의 태도를 보면서 자신의 분신이 아닌 한 명의 독립된 성인으로서 은호를 대하기 시작한다. "그 순간 나는 누구의 딸이 아니었고, 엄마도 누구의 엄마가 아니었다.그렇게 우리는 서로 자유롭게 함께 있었다."(250~251쪽) 엄마와 은호가 함께 한 단계 성장하던 순간이다.

◇ 이 와중에 스무살/최지연 지음/창비교육/1만4000원

ajsj99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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