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러시아 화학무기 감지 체계 가동”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생화학 무기 사용 가능성을 우려해 대비 태세를 강구 중이라고 23일(현지 시각) 미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러시아가 당장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 것이란 조짐은 없지만, 러시아가 계속 궁지에 몰릴 경우 화학 무기를 쓸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미 국방부 소속 등 소식통 6명을 인용해 “바이든 정부는 러시아의 화학 무기 공격 감지 체계를 기민하게 가동하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는 태세도 확실하게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동부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에 생화학 무기 대응 훈련팀을 파견했다. 러시아와 싸우고 있는 우크라이나에는 각종 군사 장비를 지원하면서 화생방 보호 장비도 함께 제공했다고 한다. 또 미 국방부는 화학 무기 조기 감지 장치나 방독면 등 보호 장비 생산 투자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러시아가 보유 중인 일부 화학물질은 사용 후 증거를 남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소식통은 “일부 화학물질은 에어로졸(공기 중 부유하는 작은 입자)로 바뀌거나 군수품에 사용돼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면서도 “(공격의 근원을) 쉽게 파악하기 힘들어 서방국가들이 (공격의 근원으로) 러시아를 비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2018년 러시아군 총정찰국(GRU)은 소규모 인원을 타깃으로 하는 신경 작용제 ‘노비촉’을 이용해 영국에서 전직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을 독살하려 했다가 이런 사실이 외부에 드러났다. 2020년 8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가 노비촉 공격을 받았다.

과거와 달리 러시아가 대량 공격이 가능한 화학물질도 사용할 수 있다고 미 국방부는 보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런 종류의 화학물질이 무엇인지는 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앤드루 웨버 전 미국 국방부 차관보는 최근 “러시아는 사용 방식, 원하는 효과에 따라 모든 화학무기를 가지고 있다”며 “노비촉뿐 아니라 사린 가스, 맹독성 신경 작용제 VX 등을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