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스타트업이 희망이다[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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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가 올해 스타트업 동향을 정리해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
얼어붙은 투자 분위기와 불투명한 경기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드러나지 않은 부분인데, 취업 준비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생기업(스타트업) 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4%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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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스타트업얼라이언스센터가 올해 스타트업 동향을 정리해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22' 내용 가운데 눈길을 끈 부분이 있다. 얼어붙은 투자 분위기와 불투명한 경기 환경에 초점이 맞춰져 드러나지 않은 부분인데, 취업 준비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생기업(스타트업) 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4%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취준생의 36.5%는 공공기관이나 정부 및 공기업 취업을 희망했고, 26.5%는 대기업을 선호했다. 63%가 여전히 공무원이나 대기업 취업을 꿈꾼다는 얘기다. 새로운 도전과 성장을 위해 스타트업을 원하던 젊은이들이 신종 코로니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 침체를 겪으며 도전 대신 안전 지향의 과거 분위기로 돌아간 것이다.
물론 이를 탓할 수는 없다. 최근 트위터 메타 아마존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잇따라 직원들을 대거 해고하겠다고 발표하고, 투자를 받지 못해 문 닫을 위기에 놓인 스타트업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이 결국 스타트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확산시키며 스타트업 선호에서 기피로 분위기를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보고서에 나온 스타트업 근무를 추천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혁신적이지만 불투명한 미래' '불안정한 자금 문제' '일이 많다' 등이 꼽혔다.
취준생만 그런 것이 아니다. 같은 보고서에서 스타트업에 몸담고 있는 재직자 250명 중에서도 대기업 이직 희망자가 48%, 공공기관이나 정부 및 공기업 이직을 원하는 경우가 20.4%였다.
시대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취업 돌파구가 돼 줄 곳은 스타트업밖에 없다. 점차 공채를 없애는 대기업들은 업무 효율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결국 스타트업 창업이 늘어서 이들이 취준생을 흡수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를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벤처 열기 시절에 학습했다. 당시 대기업에 근무하던 많은 사람들이 벤처기업으로 옮겼다가 벤처 열기가 꺼지자 다시 대기업으로 회귀했다. 그러면서 자리를 잡지 못해 불나방처럼 떠돈 사람도 있고, 거꾸로 벤처기업이 어려울 때 묵묵히 자리를 지켜 빛을 본 사람들이 있다. 지금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형 IT기업을 이끄는 사람들이 후자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어려운 스타트업에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더러 무조건 좋아질 테니 버티라고 희망 고문을 할 수는 없다. 다만 해당 스타트업이 지금은 어려워도 시장을 바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어서 성장 가능성이 보인다면 미래의 네이버와 카카오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안타까운 것은 정부의 시그널이다. 내년도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예산을 늘리긴 했지만 스타트업 창업의 결정적 역할을 하는 모태 펀드의 내년 예산을 줄인 것은 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다. 스타트업 창업자와 구성원들의 부단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제도적 뒷받침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정부와 투자업계도 이를 감안해 가능성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당장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미래의 성장성을 염두에 두고 장기적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점에서 최근 대기업 내부의 기업형벤처투자사(CVC)들이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다만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이용해 몸값을 후려쳐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부정적 방향으로 흐르지 않기를 바란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서 희망의 빛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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