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의 배신… 한국산 ‘위믹스’ 98% 폭락

장형태 기자 입력 2022. 11. 26. 03:37 수정 2022. 11. 2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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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시총 4조, 거래소 상장폐지… 불투명 운용, 가상화폐 신뢰 추락
코인 담보로 대출받아 사업확장… 사전공지 없이 팔아 신뢰추락

한때 시가총액 4조원에 달했던 가상 화폐 위믹스가 지난 24일 업비트·빗썸 등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나면서, 가상 화폐 업계가 또 한번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상장폐지 발표 전 2100원대에 거래되던 위믹스는 25일 500원대로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고점(2만8906원) 대비 98%가 하락한 것이다. 같은 날 발행사인 게임업체 위메이드와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가격 제한 폭(30%)까지 떨어졌다.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 암호화폐(위믹스)를 예고 없이 대량 매도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위믹스는 게임 내에서 번 돈을 현금화하기 위한 암호화폐로 위메이드가 대량 매도하면서 가치가 큰폭으로 하락했다. 사진은 12일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 모습. 2022.1.22 /뉴스1

위믹스 투자자 대부분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하는 만큼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내달 8일 상장폐지 전까지 위믹스를 매도하거나 해외 거래소로 옮겨야 한다. 특히 지난 5월 세계 시가총액 10위권에서 하루아침에 휴지 조각이 된 ‘한국산 코인’ 테라·루나 사태와 지난달 세계 3위 가상 화폐 거래소 FTX 파산보호 신청에 이어 상장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까지 불투명한 운영을 이유로 상장폐지라는 결말을 맞게 되면서 ‘가상 화폐 경제’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상 화폐 업계 관계자는 “한때 가상화폐가 금 대체재로 부각되기도 했지만 연이은 악재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4일 업비트·빗썸 등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5곳의 연합체인 닥사(DAXA)는 “유통량 공시에 중대한 오류가 있었고 소명도 불충분했다”며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한마디로 시가총액을 속였다는 것이다. 거래소들이 대마불사의 예상을 뒤엎고 상장폐지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가상화폐의 신뢰성 하락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한 달간 충분히 소명했고, 재발 방지 대책도 제시했다”며 “가처분 신청 등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겠다”고 반발했다.

국내 5대 가상 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연합체인 닥사(DAXA)가 24일 위믹스 상장폐지 이유로 밝힌 것은 유통량 불일치와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이 미흡해 신뢰를 훼손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이번 사태는 위메이드가 사전에 밝힌 위믹스 유통량보다 30%가량 많은 양을 유통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게 발단이었다. 위메이드는 “담보 대출용과 기업 인수 및 투자 용도로 예치해 놓은 위믹스가 유통량으로 잡혔다”고 해명했지만, 상장폐지를 막지는 못했다. 위믹스를 거래하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은 내달 8일 오후 3시에 위믹스를 상장폐지할 예정이다.

◇위믹스 상장폐지 후폭풍

위믹스는 국내 중견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2020년 자체 발행한 가상 화폐다. 위메이드는 이를 자사 모바일 롤플레잉 게임 ‘미르4′에 결합해 아이템, 캐릭터를 사고팔도록 하고, 다른 게임들도 합류시켜 위믹스를 게임 화폐처럼 사용하는 연합체를 구축해 왔다.

지난해 가상 화폐 열풍에 ‘돈 버는 게임(P2E·Play to earn)’이 게임업계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위메이드의 사세도 급격히 커졌다. 지난해 초 1만9000원대에 불과하던 주가는 같은 해 11월 장중 24만5700원까지 치솟았다. 위믹스 시세도 덩달아 2만8000원까지 오르며, 한때 시가총액 4조원(코인마켓캡 기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발행한 위믹스를 매각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사업을 확장해왔다. 이를 진두지휘한 장현국 대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한국의 일론 머스크(테슬라 CEO)’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위메이드의 ‘돈 버는 게임’ 전략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위메이드가 위믹스 2550억원어치를 매각한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위메이드는 자사가 발행한 가상 화폐를 아무런 사전 공지 없이 매각했을뿐더러, 이를 4분기 매출로 반영한 것이다. 전례가 없던 일에 주식시장과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었고, 위메이드는 “앞으로 분기마다 가상 화폐 발행 및 사용처를 공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이번 유통량 논란 사태에서 공시가 미흡했던 점이 드러나 결국 상장폐지라는 결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위메이드 대표 “거래소의 수퍼갑질” 반발 - 25일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은 업비트의 수퍼 갑질”이라고 했다. /유튜브

위메이드는 “전례도, 기준도 없는 시장에서 우리만큼 성실히 공시해온 곳도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장현국 대표는 2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이 없는데 무엇을 못 맞췄다는지 설명도 안 해주면서 일방적으로 상장폐지 통보를 한 것은 거래소의 갑질”이라며 “업비트에 유통 계획조차 없는 코인이 부지기수인데 도대체 왜 위믹스만 상장폐지냐”고 말했다.

◇P2E 게임사들도 주가 하락

최근 세계 3위 가상 화폐 거래소 FTX의 파산 보호 신청 이후 위믹스 상장폐지까지 겹치며 국내 가상 화폐 시장은 다시 신뢰 위기를 맞게 됐다. 그동안 위메이드를 비롯한 많은 게임업체들이 가상 화폐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키워왔는데, 대장 격이었던 위메이드가 발목이 잡히면서 다른 프로젝트들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위메이드뿐 아니라 현재 시장에는 컴투스 ‘C2X’, 카카오게임즈 ‘보라’, 넷마블 ‘MBX’ 등 주요 게임업체들이 발행한 다양한 가상 화폐가 유통 중이다. 게임사들은 규제가 없는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돈 버는 게임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번 사태로 미래가 불투명해진 것이다. 25일 위메이드와 비슷한 가상 화폐 사업을 하는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컴투스홀딩스의 주가는 전일 대비 3~6%가량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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