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무 이유 없는 대법관 인준 지연, 국회에 이런 법안 산더미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지난 24일 국회를 통과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한 지 119일 만이다. 대법관 임명동의안 지연으로는 역대 최장 기록이다. 현재 우리 대법관들에겐 하루 10건가량의 사건이 새로 배당돼 1인당 연간 3500건 이상의 사건을 담당한다. 단순 계산으로 119일간의 대법관 공백으로 1190건의 사건 처리가 지연된 것이다. 오 후보자와 관련해선 특별한 결격 사유가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그동안 부적격 입장을 고수했다. 절대 안 된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모든 분야에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일환이었다.
민주당은 오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는 점,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를 해고한 회사의 조치가 타당하다고 판결한 것 등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으면 대법관이 될 수 없나. ‘800원 판결’은 국민 법감정과는 조금 다를 수 있어도 법리상 문제가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지난 정권에선 위장전입 피고인에게 징역형을 선고하고도 정작 자신은 세 차례 위장 전입을 했던 판사도 대법관이 됐고, 김명수 대법원장과 성향이 같은 특정 판사 모임 출신들이 줄줄이 대법관이 됐다. 그때는 한마디도 하지 않던 민주당이 문제 삼은 오 후보자의 결격 사유는 문제라고 하기도 어려운 것들이다. 반대를 위해 억지로 꼬투리를 잡은 것이다.
실제 무기명투표로 이뤄진 임명동의안 표결에서 재석 의원 276명 중 찬성이 220명, 반대 51명, 기권 5명이었다. 국민의힘 의원수가 115명이니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찬성표를 던졌다는 의미다. 애초에 민주당 반대 이유가 오 대법관의 결격 사유 때문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법관은 헌법상 대법원장이 임명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대법관 후보자가 최고 심판관으로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확한 이유를 들어 부결시키면 된다. 이런 식으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대법관 인준을 지연시키는 것은 국회의 헌법상 권한을 남용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을 교체하게 된다. 민주당은 매번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
민주당이 국회에서 벌이는 이런 횡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제한하는 일명 ‘노란봉투법’ 등 득표에 도움되는 포퓰리즘 법안은 밀어붙이면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법, 법인세·소득세 인하, 종부세 합리화 등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정부가 제출한 법안 77건을 모두 막고 있다. 절반을 막아도 심하다고 할 텐데 전부 막는다는 것은 정부 국정 원천 봉쇄와 같다. 이 상식 밖 행태가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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