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야, 내곁에서 오래오래 정다운 길동무가 되어주렴!
길동무 꼭두
김하루 지음 | 김동성 그림 | 우리아이들 | 48쪽 | 1만8000원
“옳지 다 됐다. 이제 고운 옷만 입으면 되겠구나.” 조각가 할아버지의 다정한 목소리가 이제 거의 모양을 갖춰 가는 꼭두인형의 귀를 간질였다. “처음 세상에 나가는데 예쁘게 꽃단장을 해야지. 네 이름은 ‘꼭지’ 어떠냐. 널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이 이름이 떠올랐단다.”
꼭두인형 목각 작업실, 한 여자아이가 야트막한 창 밖에서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인형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할아버지를 지켜본다. “숨이라는 아이인데, 할머니 집에 와 있다더라. 어쩌나 수줍음이 많은지….” 꼭지처럼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숨이는 제 얘기가 나오자 고개를 숙이고 숨어버린다.
“꼭지, 꼭지, 꼭지….” 할아버지와 숨이가 이름을 부를 때마다 꼭두인형 꼭지는 가슴이 팔딱팔딱 뛰는 것 같다. 꼭지가 단장을 마친 날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너는 숨이하고 친구 하는 거다. 재밌게 지내거라, 오래오래 정답게.” 숨이는 할아버지가 건네준 꼭지를 가만히 감싸 안았다. 꼭지는 이제 숨이 앞에 놓인 긴 삶의 길동무가 될 것이다.
이젠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지만, 꽃상여를 장식하는 꼭두인형은 예부터 민초들의 생사 경계 넘는 길을 안내해온 오랜 길동무였다. 알 수 없는 저승길을 노래하고 춤추며 함께 가 주는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 꼭두인형이 있어서, 조상들에게 상여 길은 슬픔 없는 피안으로 가는 축제길이기도 했다. 책 속 페이지를 펼치면 악사 인형이 각양각색 악기를 울리며 흥을 돋우고, 호랑이나 학을 탄 신선들, 재주 넘는 광대들, 소녀·소년 인형들이 춤추는 모습이 펼쳐진다.
작가는 실제 꼭두 조각가의 전시를 본 뒤 작업실을 취재해 이야기를 썼다. 부드러운 선과 우아한 수채화에 우리 전통 색감을 입힌 그림에 마음이 평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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