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마음을 얻지 못한 이들이여, 함께 강물로 뛰어들자”

쥴리카 돕슨
맥스 비어봄 지음 | 노동욱 옮김 | 화인코리아 | 392쪽 | 1만9000원
100년이라는 시간도 소설이 주는 충격을 덜어내기엔 모자라 보인다. 소설은 미모의 여성 쥴리카 돕슨을 사랑하는 젊은 남성들 이야기를 다룬다. 배경은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남자들이 돕슨의 마음을 얻고자 노력하다가 구애에 실패해 결국 집단으로 강물에 투신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죽은 뒤 물에 떠오른 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보이는 대목에선 ‘사랑에 미쳤다’는 표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집단 자살이라는 충격적 사건, 나아가 그 주체가 영국 대표 명문대에 다니는 지식인이라는 사실이 흡인력을 더한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사랑이 상대에게 닿을 수 없다는 이유로 자살을 계획하고, 나머지가 그 계획에 동조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집단 지성이 잘못된 생각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전개 과정이다. 당대 대학, 귀족 사회 등을 풍자하는 장면들 역시 곱씹어 볼만하다.
영국 작가 맥스 비어봄(1872~1956)의 대표작(1911)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번역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의 다른 작품 ‘일곱 명의 남자’ ‘행복한 위선자’와 마찬가지로 사회 풍자적이며 유머 감각도 뛰어나다.
특히 소설이 그리는 100여 년 전 영국 사회와 오늘날을 비교하는 재미가 크다. 지식과 이성에 의해 인간이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믿음과 달리,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 기후 위기와 같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작가는 오늘날을 보며 어떤 말을 할까. 앞으로 100년 뒤의 누군가는 지금의 우리를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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