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그 생애처럼 흐트러짐 없이 담박한
정양환 기자 2022. 11. 2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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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내면에는 진여자성(眞如自性·마음의 본래 성품) 또는 자기(自己)라고 할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내 가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순수함과 부동의 용기, 먼 조상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겸양과 배려 그리고 예의염치의 정신이 그것이었다." 2007∼2009년 제44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저자가 3년에 걸쳐 쓰고 다듬었다는 자서전은 참으로 담박하다.
책은 제목처럼 한결같던 저자의 생애를 자분자분 짚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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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한결같이/이진강 지음/476쪽·3만4000원·나남
“나의 내면에는 진여자성(眞如自性·마음의 본래 성품) 또는 자기(自己)라고 할까. 변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내 가슴 안에 깊숙이 자리 잡은 순수함과 부동의 용기, 먼 조상으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겸양과 배려 그리고 예의염치의 정신이 그것이었다.”
2007∼2009년 제44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저자가 3년에 걸쳐 쓰고 다듬었다는 자서전은 참으로 담박하다. 1943년 태어나 한반도에 휘몰아친 갖은 풍파를 겪은 세대건만 문장이 어느 한 구석 흐트러짐이 없다. 평생 법조인답게 적확한 언어를 구사할 것이야 예상됐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는 글이 이리 올곧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은 제목처럼 한결같던 저자의 생애를 자분자분 짚어 나간다. 어린 시절 기억부터 196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3년간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등에 몸담았던 검사 생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등 평생 사회에 봉직한 삶은 걸어온 여정 자체가 울림이 크다.
이와 별개로 인상 깊은 대목이 2가지 있다. 먼저 저자는 책에서 한 번도 ‘남 탓’ 하는 경우가 없다. 살면서 모든 관계가 좋게 흘러가진 않았을 텐데, 딱히 힐난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다. 이는 누군가 “서운해하거나 마음에 상처 입는 일이 없도록” 배려한 저자의 성정에서 기인했겠으나, 자녀 대학 입시 때 “우리 아이 합격만 빌지 말고 모든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자”던 부인의 품격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일을 도모할 땐 항상 가족과 상의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이를 자세히 다루진 않으나, 어떤 제안을 받으면 꼭 ‘집에서 의논하니 가족이 찬성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자서전 집필 역시 큰아들의 간곡한 권유로 시작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시절, 마음을 열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던 자세도 이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에서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 공정을 중시하는 요즘 청년들에게도 사표(師表)가 될 만하다.
2007∼2009년 제44대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저자가 3년에 걸쳐 쓰고 다듬었다는 자서전은 참으로 담박하다. 1943년 태어나 한반도에 휘몰아친 갖은 풍파를 겪은 세대건만 문장이 어느 한 구석 흐트러짐이 없다. 평생 법조인답게 적확한 언어를 구사할 것이야 예상됐지만, 스스로를 드러내는 글이 이리 올곧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책은 제목처럼 한결같던 저자의 생애를 자분자분 짚어 나간다. 어린 시절 기억부터 196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3년간 서울지방검찰청과 대검찰청 등에 몸담았던 검사 생활. 이후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 등 평생 사회에 봉직한 삶은 걸어온 여정 자체가 울림이 크다.
이와 별개로 인상 깊은 대목이 2가지 있다. 먼저 저자는 책에서 한 번도 ‘남 탓’ 하는 경우가 없다. 살면서 모든 관계가 좋게 흘러가진 않았을 텐데, 딱히 힐난하거나 깎아내리지 않는다. 이는 누군가 “서운해하거나 마음에 상처 입는 일이 없도록” 배려한 저자의 성정에서 기인했겠으나, 자녀 대학 입시 때 “우리 아이 합격만 빌지 말고 모든 수험생의 합격을 기원하자”던 부인의 품격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저자가 일을 도모할 땐 항상 가족과 상의한다는 점이다. 책에서 이를 자세히 다루진 않으나, 어떤 제안을 받으면 꼭 ‘집에서 의논하니 가족이 찬성했다’는 표현이 나온다. 자서전 집필 역시 큰아들의 간곡한 권유로 시작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시절, 마음을 열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던 자세도 이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에서 이뤄진 게 아닌가 싶다. 공정을 중시하는 요즘 청년들에게도 사표(師表)가 될 만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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