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의 미술소환] 주름 속의 삶
허구와 악몽을 능가할 만큼 엽기적인 사건이 반복되면, 사람들은 그 상황 안에서 무기력해진다.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는 일상이 불균형과 불평등으로 뒤덮여 있고 극심한 폭력이 빈번한 나라 멕시코의 현실을 바라보며 애니메이션, 음악, 문학, 공연, 설치로 구성된 작품 ‘주름 속의 삶’을 제작했다. 그는 악의에 찬 세계에 둘러싸인 현대인의 고뇌와 무력감을 독특한 풍자와 유머로 표현하던 작가 앙리 미쇼의 글 ‘주름 속의 삶’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멕시코가 손댈 수 없는 혼돈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원인과 그 결과를 어떻게 예술언어로 표현할 것인지 고민했던 작가는, 암호화된 알파벳으로 멕시코의 정치문제에 대한 비평적 에세이를 기술하여 전시장에 설치했다. 이 새로운 유형의 문자는 악보가 된다.
세라믹 오카리나가 각 문자에 해당하는 소리를 연주한다. 바람소리를 닮은 오카리나 연주는 개인들의 숨결을 담아 다양한 영혼을 위로한다.
전시장 한쪽에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에는 한 마을에 도착한 후 린치를 당한 이주민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영상에 등장하는 꼭두각시 마스터는 모든 캐릭터의 움직임을 조종하며 이들의 운명을 지배한다. 관객은 이 두려운 마스터의 손짓에서 우리를 억압하고 지배하는 정치, 금융 자본의 그림자를 목격한다.
선과 악이 무심하게 공존하는 현실에서 공동체가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관점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평등과 정의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강화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면, 사상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작가는, 갈등 관계가 야기하는 마찰과 그 긴장감에 붙잡히는 ‘주름 속의 삶’에서도,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되는 가치가 무엇인지 전한다.
김지연 전시기획자·광주비엔날레 전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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