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무주택 청약자, 당첨돼도 전세 못 줄 판

정순우 기자 2022. 11. 26. 03: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입주 직후 2년간 실거주 의무’ 완화하려했지만… 법 개정 늦어져
내달 5일 청약 접수를 앞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아파트의 재건축 공사 현장 모습. 현행 법률상 당첨되면 완공 후 2년간 의무 거주해야 한다. /연합뉴스

내달 5일 시작하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의 청약에 ‘입주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큰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정부에서 정한 실거주 의무 규제는 청약 당첨자들이 아파트 완공 직후부터 2년간은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는 것으로, 자금 조달이나 이사 일정 등을 이유로 우선 전세를 줬다가 상황이 나아지면 입주하려 했던 무주택자가 자칫 청약에 당첨되고도 거주 요건을 못 지켜 아파트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 정부는 이런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보고 의무 거주 시점을 ‘완공 직후’에서 ‘처분 전까지’로 완화하려 했으나, 관련 법 개정이 늦어진 탓에 둔촌주공 일반 분양 4800가구는 종전 규정이 적용된다.

◇둔촌주공 당첨자, 완공 직후 2년 실거주해야

25일 둔촌주공 입주자 모집 공고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탓에 당첨자가 입주 가능일부터 최소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 만약 거주 의무를 위반하면 벌금을 최대 1000만원 내고 아파트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로 넘겨야 한다.

민간 분양 아파트의 실거주 의무는 작년 2월 처음 생겼다.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 때문에 실거주자의 청약 당첨 기회가 줄어드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규정 때문에 청약 수요자의 부담이 오히려 커지고,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윤석열 정부는 지난 6월 당첨자가 거주 시점을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후속 조치로 지난 8월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개정 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 문턱에 진입조차 못했다. 국회 관계자는 “애초 이달 중 처리할 방침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모든 의사 일정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다만 둔촌주공의 완공 직후 실거주 의무가 사라질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법 시행 전 입주자 모집 승인을 신청한 경우도 적용된다’는 부칙이 있기 때문이다. 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둔촌주공도 완화된 실거주 규정을 적용받는다.

하지만 법 개정이 무산되거나 소급 적용 조항이 수정되면 둔촌주공 당첨자는 입주 시작일부터 2년간 거주해야 한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만약 법 개정이 불발된다면 무주택자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반 분양만 4800가구에 달하는 둔촌주공에서 임대 매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전·월세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안 되는 만큼 정치권이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30평대 분양가 12억원 넘어 중도금 대출 불가

둔촌주공 분양가도 이날 공개됐다. 수요가 많은 전용면적 59㎡(1488가구)는 9억7940만~10억6250만원으로 공공(公共)이 보증하는 중도금 대출 기준인 12억원보다 낮다. 하지만 3인 이상 가구가 살기에 적합한 전용 84㎡(1237가구)는 모든 타입의 분양가가 12억원을 넘어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발코니 확장 비용과 취득세 등을 더하면 84㎡의 최종 취득 금액은 14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인근 송파구 ‘헬리오시티’의 같은 면적 시세보다 3억원 정도 저렴하지만, 지금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금융 비용을 감안하면 분양가 부담이 적지 않은 편이다. 또 둔촌주공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8년간 팔 수도 없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오랜만에 나온 강남권 대단지 분양이기 때문에 분양가 논란에도 경쟁률은 높을 것”이라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59㎡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