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수의 視線] 차기 대통령 선거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

천남수 2022. 11. 26.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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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인 1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에서 촛불전환행동 주최로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말 서울 광화문 일대에 나가면 어쩌다 이렇게 패가 나뉘었는지 한숨부터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보수단체의 맞불집회까지. 주최 측 주장에 따르면 자신들이 주도하는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월등히 많다고 자랑하지만, 별 의미는 없어 보인다. 어떻하면 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 목소리를 키우느냐에 양쪽 진영 사활을 걸고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그것이 어떤 목적의 집회든 예전 같으면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수많은 인파를 바라보며 ‘아침이슬’을 불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지금의 대통령은 어떤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물론 윤 대통령보고 ‘아침이슬’을 부르라는 얘기는 아니다. 상황이 그렇다는 것이다.
 

▲ 강원도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조사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9.4%, 한동훈 법무부 장관 16.7%, 오세훈 서울시장 10.2%, 홍준표 대구시장 9.0%,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6.1%, 안철수 국회의원 4.8%, 유승민 전 국회의원 4.3%, 김동연 경기도지사 2.4% 순이었다.

강원도민일보가 창간 30주년을 맞아 실시한 차기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조사결과가 눈길을 끈다.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ARS 여론조사(표본오차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를 했다. 조사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29.4%, 한동훈 법무부 장관 16.7%, 오세훈 서울시장 10.2%, 홍준표 대구시장 9.0%,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6.1%, 안철수 국회의원 4.8%, 유승민 전 국회의원 4.3%, 김동연 경기도지사 2.4% 순이었다.

비교적 보수적 색채가 강한 강원도민을 대상으로 실시했기 때문에 전국적 경향과는 다소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대체로 지지경향은 엇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 나타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지세는 지난 대선에서의 지지가 비교적 유지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 차기 여권 주자만 놓고 봤을 때 오세훈, 홍준표, 안철수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기존의 대권 주자를 제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오차 범위 밖에서 선두에 나서고 있는 것이 이채롭다.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정부로부터 불이익을 받으면서도 버텼던 이력이 대중적 관심을 모았고, 정권교체 이후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것이 그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서해안 공무원 피살사건과 대장동 의혹 사건 등 전 정부와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야당의 거센 반발을 산 것이 오히려 그가 유력 대권주자로 떠오른 요인으로 작용했다. 보통 정치인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하지만, 그는 스스로 야권과의 대척점에 서게 됨으로써 순식간에 차기 대권주자 반열에 올랐다.

사실 차기 대통령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수행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6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차기 대통령 후보에 대한 선호도를 묻은 것은 이르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적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네이버와 카카오 다음 등 대형 포털에 차기 대권주자에 대한 선호도 조사결과는 월드컵 분위기 속에서도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초박빙으로 승패가 갈린 이후, 절반의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 승자의 배타적 정치 때문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그럼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는 뭘까. 먼저 0.73% 차이로 승패가 갈린 지난 대통령 선거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근소한 차이라도 승리하면 국정운영의 모든 것을 장악하기 때문에 자신이 지지했던 후보가 패한 것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패배를 쉽사리 인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만약 승자가 근소한 차이로 갈린 민심을 인정하고 협치와 화합의 정치를 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정국은 오로지 대립과 격돌만 남았다. 절반의 국민들이 지난 대선의 승자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차기 대통령 선거에 관심을 갖게 만들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절반의 국민을 의식하는 정치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이유를 꼽는다면, 야당 지지자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했던 국민 상당수도 차기 대권주자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절반의 국민은 지난 6개월 간의 국정수행에 대해 실망한 이들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상대적으로 여권의 잠룡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여당 지지 국민이든, 야당 지지 국민이든 현 정부의 국정수행 능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에 국민은 벌써부터 차기 대권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이나 민주주의 신념은 확고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법치와 상식에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태원 참사도 법에 의해 직접적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물론 윤 대통령의 이런 생각은 필자의 짐작일 뿐이다. 다만 최근의 윤 대통령의 행보나 언급을 보면 그리 생각하고 있다는 ‘합리적 짐작’이 든다는 것이다. 주말이 되면 국민은 둘로 패를 나눠 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집회 관리를 해야하는 경찰만 곤혹을 치르고 있다. 이렇게 엄중한 상황임에도 대통령은 ‘아침이슬’을 부르는 것은 고사하고 미동도 않고 있다. 둘로 쪼개진 국민의 골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천남수 강원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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