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전쟁 딛고 태동한 자유주의 200년 연대기
美·유럽서 현대자유주의 흐름 시작해
‘시민적 존중’에 사상적 뿌리두고 발전
사회주의·파시즘 등 도전에도 불구하고
4단계 진화 거치며 주류 정치사상으로

역사적 불관용과 종교적 갈등으로의 회귀에 대한 공포, 끝없는 테러와 보복적 탄압, 변덕스런 소요, 국민총동원, 무제한 전쟁에 대한 충격…. 19세기 초 많은 유럽과 미국 지식인은 16∼17세기 잔혹한 종교전쟁의 집단적 기억과, 1789∼1819년 혁명 및 전쟁 경험을 거치면서 혼돈과 고통을 넘어설 새 사상을 찾고 있었다. 영국에서 시작된 초기 산업 자본주의와 프랑스 혁명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에서 전개된 혁명이 근본적인 새 질서를 갈망하도록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자유주의는 이처럼 갈등에 대한 인정, 견제되지 않는 권력에 대한 저항, 진보에 대한 믿음, 출신이나 사상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 대한 시민적 존중이라는 네 가지 사상적 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에이브러햄 링컨과 윌리엄 글래드스턴은 각각 집권당이던 미국 공화당과 영국 자유당을 이끌면서 현실 정치와 행정에서 자유주의 이념을 실천했다. ‘리버럴’로 불리는 자유주의자의 주장과 실천이 아우러지면서 자유주의는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자유주의는 1880년부터 1945년까지 두 번째 단계에 접어들면서 목표와 이상을 모든 사람에게 확장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했다. 교육받고 재산 있는 남자 범위를 넘어서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이 자유주의 목표와 이상을 확장해야 하는 도전이었다.
자유주의는 동시에 그 경쟁자인 보수주의와 사회주의,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만나기도 했다. 즉, 교육과 문화 발전으로 합리적 시민이 양성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기대와 달리 인종 차별과 반유대주의, 호전적 제국주의를 조장하는 이들에게 권력을 내주거나 파시즘에 굴복했다. 특히 자유주의자가 주장하는 자유 무역과 경제적 상호 의존도 평화와 친선을 보장하지 못한 채 두 차례 세계대전에 내몰렸다. 집을 지었지만, 곧 집을 거의 다 태워먹고 깊은 좌절을 맛본 시기였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소비에트’라는 타자가 형성되고 이에 맞서는 자유주의 국가가 속속 들어서면서 자유주의 3기를 맞게 된다. 자유주의는 이 시기 민주주의적 법치, 복지국가 이념과 결합하면서 자유민주주의의 질서와 규범을 확립하고 다시 기회를 잡았다.
영국 철학자 카를 포퍼는 과학 이론은 단지 비판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의해 신화와 구별될 수 있다며 이를 확장한 ‘열린 사회’론을 전개했고, 역시 영국계 유대인 철학자 아이제이아 벌린은 적극적 자유와 소극적 자유를 구분하고 소극적 자유를 주창했다. 오스트리아계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는 케인스주의를 비판하며 자유시장 경제 체제를 옹호하는 ‘자생적 질서’를 강조했으며, 미국 철학자 존 롤스는 공정한 기회 평등과 함께 ‘차등 원칙’을 주장했다.
복지국가 이념과 결합한 자유주의는 이 시기 중산층이 크게 늘어나면서 사회적 갈등을 줄였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 공산주의까지 무너지면서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었다.

저자는 자유를 옹호하는 것만으론 자유주의자 혹은 그들의 신념을 구별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전통과 반동을 고수하려던 보수주의자는 1818년 잡지 ‘보수주의자’에서 “왕, 종교, 자유”의 수호가 목표라고 자유를 내걸었고, 공산주의를 내건 마르크스와 엥겔스도 팸플릿 ‘공산당 선언’에서 “각자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계급 없는 사회를 기대한다고 자유를 노래했으며, 나치 역시 1920년 당 헌장에서 “독일의 자유에 대한 독일 정신 안에서의 독일의 재탄생”이 목표라며 자유를 주장했기 때문이다.
책은 정반대 성향의 케인스와 하이에크를 나란히 자유주의자로 포괄했을 뿐 아니라 극단적 시장주의자, 자유주의적 제국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도 포함시켜 자유주의 외연을 크게 넓혔다. 다만,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4개국 중심으로만 논의를 전개하거나, 일반 독자를 위해 각주나 미주를 붙이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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