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행방불명·학살… ‘한강의 기적’ 화려한 이면에 묻혀있던 21건 비극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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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정의 시대는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비극일수록 자세히 복기하고 상세히 기억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1992년 대학생 박태순, 1990년 대학생 김용갑의 의문사, 1988년 대학생 안치웅의 의문사, 1984년 방북 대학생 임수경의 오빠 임용준의 의문사 등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1948년 여수·순천 사건까지 다룬다.
그로부터 14년 뒤 의문사위는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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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의 역사/김성수/필요한책/1만7000원
폭정의 시대는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비극일수록 자세히 복기하고 상세히 기억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폭력의 역사’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를 기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그 비극 중에는 법원과 정부의 사과를 받는 성과를 낸 것도 했지만, 사건 관련자와 기관의 비협조, 조작, 왜곡 등을 통해 여전히 어둠 속에 묻혀 있는 것도 많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성과보다는 못다 푼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책을 썼다고 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심판과 책임이 이행되지 않는 것, 그런 상태가 다시 역사의 일부가 돼 폭력의 주체가 사회를 운영하는 힘의 근원으로 삼는 일이 지속된다면, 역사는 언제든 거꾸로 되돌아갈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을 사는 우리가 그들의 죽음에 빚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희생자들은 무고할 뿐 아니라 부패를 고발하거나 비리를 밝혀 우리 사회에 공헌한 일을 하던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가령 김용갑은 어려운 형편에 주경야독으로 검정고시를 통과한 끝에 장학금을 받고 들어간 대학에서 죽음을 맞았다. 대학신문사 기자와 총학생회장으로서 재단 비리를 밝히고 학생들의 이해를 대변했던 그는 학교가 고용한 폭력배에 쇠파이프와 각목으로 여러 번 폭행을 당했고, 1990년 3월 “학내민주화 운동을 계속하면 차로 갈아버리겠다”는 학생처 직원 김 아무개의 협박을 들었다. 신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몸에 칼을 지니고 다녀보기도 했지만, 그는 일주일 뒤 도로변에서 차에 치어 숨진 채 발견됐다. 그로부터 14년 뒤 의문사위는 이 사건을 조사했지만 진실 규명 불능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간접 관계자의 증언을 들었음에도 차를 운전했던 이가 사망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진실을 침몰하지 않게 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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