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냐 과일이냐…토마토 재판도 벌여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이은정 옮김
황소자리
토마토는 세계인의 식탁에 오른다. 피자와 스파게티는 물론 영국에서 피시앤칩스보다 인기가 높다는 인도풍 음식 치킨 티카 마살라에도, 서부 아프리카의 볶음밥 졸로프 라이스에도 들어간다.
한데 16세기 초 아즈텍, 즉 현재의 멕시코에서 스페인 침략자들이 처음 들여올 때만 해도, 아니 이후 수백 년 동안 토마토는 유럽에서 별 인기가 없었다. 독성이 있다는 근거 없는 말도 나돌았다.
토마토가 대중화된 것은 19세기 초,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다. 토마토 추출물로 만든 알약이 만병통치약처럼 팔렸고, 남북전쟁 때는 북군의 식량으로 토마토 캔이 대량 생산됐다. 이렇게 확산된 토마토의 인기는 캠벨 수프, 하인즈 케첩 등 지금도 유명한 가공식품들로 이어졌다.
여러 베스트셀러를 썼던 이 책의 저자는 이탈리아를 비롯해 다양한 현장을 누비며 재배·조리·가공 등 다방면에서 수백 년간 토마토가 겪은 변화를 추적한다. 단편적 지식을 늘어놓는 대신 총 10개의 장마다 초점이 뚜렷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책에는 토마토에 대한 온갖 잡학이 넘쳐난다. 예컨대 토마토가 채소냐, 과일이냐의 문제는 1880년대 미국 법정에서도 다뤄졌다. 당시 과일 아닌 채소는 수입 관세를 내야 했기 때문이다.
토마토 이외의 잡학도 넘쳐난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정권이 파스타를 금지하려 했다거나, 알단테로 파스타를 익히는 것은 본래 길에서 손으로 먹을 때도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거나 별별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미국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대중화된 것은 금주법과 관련 있다. 당시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이 불법 술집을 많이 운영하면서 음식도 제공했기 때문이란다.
저자는 종자 변화도 주목한다. 수확량 많고 재배가 쉬운 토마토뿐 아니라, 가공을 위해 대량 유통에 유리한 단단한 토마토가 널리 퍼졌다. 토마토 맛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은 미국에서 재래종 토마토 재배 붐도 불렀다. 종자 변화를 감안하면, 유럽 전파 초기의 토마토는 이래저래 지금과는 다를 수밖에. 생김새도 피망처럼 울퉁불퉁했단다. 토마토로 엮은 세계사라고도 할만한 책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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