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차 폭증은 인재…친환경 정책의 이면
베스 가디너 지음
성원 옮김
해나무
꽉 막힌 교통지옥에 한참을 갇혀 있다 보면 자책과 의구심이 슬금슬금 밀려든다. 어쩌자고 차를 끌고 나왔을까. 도대체 교통 당국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걸까. 수많은 자동차가 뿜어내는 매연을 고스란히 들이마시는 우리의 여린 폐는 과연 문제없을까.
미국의 환경 저널리스트가 쓴 이 책은 이를테면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책이다. 천천히 일상적으로 다가와 다급하게 느껴지지 않는 대기오염이 실제로는 얼마나 심각한지, 해결책은 있는지, 해결을 막는 걸림돌은 없는지 등을 촘촘하게 따지고 있어서다.
책은 수치와 데이터를 내세워 경각심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론 책 속에 그런 정보는 차고 넘친다. 가장 충격적인 숫자 가운데 하나가 런던의 대기 오염을 다룬 3장에서 제시한 ‘9416’이다. 2015년에 발표된 추정치이기는 하지만 해마다 대기오염으로 인해 숨지는 런던 시민의 숫자다. 대기오염은 육체만 손상시키는 게 아니다. 치매도 유발한다고 믿는 연구자가 있단다. 대만의 연구 결과가 있다고 했다.
책은 환경 관련 정책의 이면을 파헤치는 데까지 나간다. 일종의 사례 연구를 통해, 돌이켜보면 어처구니없는 반환경 정책이나 반대로 획기적인 친환경 정책이 어떤 우여곡절을 거쳐 가능했는지를 따졌다. 책에서 다룬 대표적인 반환경 정책이 2000년대 초반 영국 토니 블레어 정부의 디젤 차량 세금 우대 정책이다. 연비가 좋아 친환경이라는 이유로, 휘발유보다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를 훨씬 많이 뿜어내는 디젤차를 세금우대한 결과 유럽 전역에서 디젤 차량 판매가 폭증하는 사태를 벌어졌다. 사전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재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1970년 미국 정부의 청정대기법 도입은 2차 대전 참전경험을 공유한 당시 상원의원들의 초당파적 협력, 닉슨 대통령의 탁월한 정치 감각이 어우러져 빚어낸 결과였다. 친환경 정책은 선한 의도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앞날이 순탄치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저자는 청정한 공기의 편익은 항상 그 비용을 왜소하게 보이게 한다고 강조한다. 예상보다 신속한 기술 혁신 때문이다. 또 해결방법은 이미 우리 눈앞에 있다고 한다. 실천의 문제라는 얘기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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