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친구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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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 사시는 부모님이 일요일 아침 일찍 전화를 걸어오셨다.
엉뚱한 사람이 잘못 수령해간 것 같다고, 약국에 오기 전 먼저 마트에서 내 부모님 드릴 죽이며 과일 등을 사느라 지체했더니 그새 이런 사달이 났다고, 미안해서 쩔쩔매는 친구에게 나는 정말이지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었다.
이렇게 자식뿐 아니라 자식 친구 덕까지 보니 이까짓 코로나 금방 낫겠다며 부모님은 더없이 고마워하시고 행복해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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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연 병원이 없긴 왜 없어요? 나는 괜히 조급한 마음에 목소리를 높였다. 요즘은 일요일에도 문 여는 곳이 많지만 연세가 팔십 다 되신 부모님이 그런 정보에 밝을 리 없었다. 결국 내가 인터넷으로 병원을 조회하여 어머니의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다. 약 처방도 받았다. 그러나 문제가 또 있었다. 확진자는 약을 받으러 갈 수 없다는 것. 집에는 부모님 두 분뿐 다른 동거인이 없었다. 그렇다고 서울에 있는 내가 갈 수도 없었다. 오빠에게 전화로 이 상황을 전해주었으나 역시 다른 지역에 사는 그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문득 고향 친구가 떠올랐다. 나는 그에게 연락하여 미안하지만 약 대리 수령을 부탁했다. 이제 다 해결되었구나 싶었다. 그런데 웬걸. 얼마 안 있어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약국에 왔는데 약을 이미 누군가 받아갔다는 것이었다. 엉뚱한 사람이 잘못 수령해간 것 같다고, 약국에 오기 전 먼저 마트에서 내 부모님 드릴 죽이며 과일 등을 사느라 지체했더니 그새 이런 사달이 났다고, 미안해서 쩔쩔매는 친구에게 나는 정말이지 너무 미안해서 할 말이 없었다.
일단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여차저차 사정을 고하려 하는데 부모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방금 약을 드셨고 함께 온 죽과 과일도 고맙게 잘 먹었다고. 어안이 벙벙했다. 죽과 과일은 아직 친구 손에 있고 약은 수령조차 못했는데 무슨 말씀이신지?
알고 보니 내 친구가 내 부모님께 전하려던 약이며 죽 등을 그보다 한발 앞서 전한 이는 오빠의 친구였다. 나처럼 오빠도 고향 친구를 떠올린 것이었고 그 친구분도 내 친구처럼 단숨에 달려가 약을 사면서 다른 먹거리도 함께 산 것이었다. 이렇게 자식뿐 아니라 자식 친구 덕까지 보니 이까짓 코로나 금방 낫겠다며 부모님은 더없이 고마워하시고 행복해하셨다. 더 말해 무엇하랴. 친구가 최고다.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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