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량 크게 늘어나고 통증 심하면 혹시 '자궁근종' 때문?

권대익 2022. 11. 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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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최근 5년 새 60% 증가, 40대 크게 늘어
게티이미지뱅크

자궁근종은 자궁 내 근육 세포가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 등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는 양성 종양이다. 가임기 여성에게서 발생하는 가장 흔한 종양이다.

그런데 여성 자궁 내에 발생하는 자궁근종이 최근 5년 새 60%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이하의 젊은 층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2021년 자궁근종 진료 통계를 분석한 결과다.

자궁근종 환자가 2017년 37만6,962명에서 지난해 60만7,035명으로 5년 새 61.0%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12.6%다.

자궁근종 환자의 연간 총 진료비는 1,748억 원에서 3,436억원으로 96.6%(연평균 18.4%) 증가했다. 1인당 진료비는 46만3,811원에서 56만6,099원으로 올랐다. 1인당 내원 일수는 같은 기간 2.7일에서 2.3일로 다소 줄었다.

지난해 자궁근종 환자를 연령대별로는 40대가 22만8,029명(37.6%)으로 가장 많았고, 50대(18만7,802명ㆍ30.9%), 30대(10만4,206명‧17.2%), 60대(6만3,665명‧10.5%) 등의 순이었다. 특히 40대 이하는 인구가 줄어들었지만, 자궁근종 환자는 오히려 늘었다.

정인철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궁근종은 여성호르몬 자극으로 발생하고 커지므로 초경 연령(12세)과 폐경 연령(49.7세) 사이에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자궁근종 발생 원인은 일반적으로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자극, 호르몬 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모녀 자매간에 자궁근종이 있으면 가족에서도 근종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이란성보다 일란성 쌍둥이에게서 자궁근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유전적 요인이 중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초경이 빠를수록, 임신 횟수가 적을수록 여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간이 증가하기에 자궁근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궁근종 발생 위치는 세 군데로 나뉜다. ①자궁내막 근처에서 발생하는 ‘점막하 근종’이다. 자궁 내막은 월경이 만들어지고 임신했을 때 배아가 착상하는 곳으로, 이곳에 근종이 생가면 월경 과다, 비정상 출혈, 과다 출혈에 의한 빈혈, 불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크기가 커지면서 점차적으로 월경 양이 많아지거나 월경 기간이 길어질 수 있고, 월경 기간이 아닌데 피가 나기도 한다. 이렇게 출혈이 많아져 빈혈이 생기면 어지럼증과 심한 피로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정인철 교수는 “생리가 많은 날이어도 하루 6번 이상 생리대를 바꾸거나 잠을 잘 때 생리량이 생리대가 넘칠 정도로 많다면 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점막하 근종이라면 자궁근종이 이물질처럼 인식해 생리 중에 밀어내어 제거하려고 애쓰면서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고 했다.

②자궁 근층에 발생하는 ‘근층 내 근종’이다. 일반적으로 증상은 가장 적은 근종이지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치다. 상대적으로 크기가 커질 때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자궁 내막을 침범하면서 점막하 근종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생리통이 나타날 수 있다.

③자궁 장막층 아래에 생기는 ‘장막하 근종’이다. 장막하 근종은 자궁 바깥을 향해 자라는 특성이 있어 복부 팽만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가까운 장기인 방광을 누르면 소변을 자주 보고, 직장 쪽에 위치하면 변비가 생기기도 한다.

자궁근종 치료는 크기ㆍ증상 유무ㆍ임신 계획 등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증상이 가볍거나 없다면 치료보다 경과 관찰을 택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궁근종 크기가 커지거나 많아질 수 있어 6개월 간격의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공미경 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다한 생리량ㆍ빈혈 등 불편이 생기면 자궁 내 피임 장치 등을 통해 생리량을 조절할 수 있다”고 했다. 공 교수는 “수술법으로는 자궁근종절제술ㆍ자궁적출술이 있고, 수술을 피하고 싶으면 자궁동맥색전술 등 시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궁근종 발병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 위험 인자로는 비교적 이른 초경, 노령의 첫 임신, 비만, 당뇨병, 고혈압, 자궁근종 가족력 등이 알려져 있다. 알코올ㆍ카페인 등도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다만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자궁 내에서 비정상적인 반응을 일으키는 것 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에스트로겐이 분비되지 않는 사춘기 전과 폐경 후에는 자궁근종이 생기지 않거나 크기가 줄기 때문이다. 따라서 임신 중이거나 여성호르몬제 등을 복용하면 자궁근종이 커지기도 한다.

정인철 교수는 “자궁근종이 생기면 주변 장기를 압박하는 듯한 증상 및 임신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근종이 많이 커져 골반을 벗어나면 아랫배에서 단단한 덩어리가 실제 손으로 만져지기도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근종 크기가 커질 때까지 다른 증상이 없다면 단순히 아랫배가 나오고 살이 찐 것으로 오해하고 넘길 때가 많아 정기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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