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뇌동맥류, 찬바람 불면 더 아슬아슬

박효순 기자 2022. 11. 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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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진 뇌혈관 꽈리처럼 부풀어
터지기 전까지도 대부분 ‘무증상’
망치로 맞은 듯 두통 땐 ‘파열’ 의심
신경외과 교수가 하이브리드 수술실에서 뇌동맥류 환자를 비수술적 협진으로 치료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뇌동맥류는 약해진 뇌혈관 일부가 부풀어 수 밀리미터(㎜) 크기의 풍선 꽈리 같은 형상으로 변하는 질환이다. 이런 상태는 혈관 벽이 얇아져 쉽게 파열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한다. 절반가량이 사망하며 생존한다 해도 의식 손상, 복시, 편마비, 시야 손상, 감각 이상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뇌동맥은 구조적으로 힘을 받는 층이 얇아 동맥류 발생에 취약하다. 뇌동맥 혈관 벽에 높은 혈류의 압력이 지속해서 전달되면서 동맥류가 성장하는 것으로 학계는 추정하고 있다. 여성, 고령, 그리고 동맥경화 병력이 있는 환자에서 더욱 잘 발생하고 고혈압과 흡연 등도 중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파열되지 않은 뇌동맥류의 경우 대부분 증상이 없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이성호 교수는 “편두통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우연히 발견된 뇌동맥류와의 연관성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으나 대부분 관련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두개강 내로 피가 차면서 뇌를 비롯한 구조물을 압박한다. 이를 뇌지주막하출혈 혹은 뇌거미막하출혈이라고 한다. 증상은 출혈량에 따라 두통부터 급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두통의 양상은 ‘망치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느낌’으로 표현하는 환자들이 많고, 메스꺼움과 구토를 동반하기도 한다.

사망률 높고 뇌수종 등 합병증 많아
저염식·규칙적 운동·혈압 관리 등
예방수칙 실천·조기 발견이 최우선

뇌동맥류는 뇌수종, 뇌부종 등 합병증 위험도 크다. 예방 수칙을 잘 실천하고 미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저염식을 실천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체중을 유지한다. 흡연과 음주는 나쁘다.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한다. 40대 이후의 나이, 고혈압, 흡연, 가족력 등 뇌동맥류의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정기적으로 뇌혈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30대 이후부터 꾸준히 뇌동맥류 발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통해 꽈리가 발견되면 크기나 위치에 따라 추적관찰을 하거나 관련 치료를 시행한다.

뇌동맥류는 위치, 모양, 크기, 환자의 혈관 상태 등을 고려해 파열을 막기 위한 치료가 선택적으로 시행된다. 수술과 시술은 각각 장단점이 있어 두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으로 두개골을 절개하고 미세현미경을 이용해 뇌동맥류에 접근한 후 클립으로 묶어주는 수술인 클립결찰술(개두술)과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를 뇌동맥류 안으로 삽입한 후 가느다란 백금 코일을 채워 파열을 막는 시술인 코일색전술(혈관내치료)이 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최근 달성한 ‘뇌동맥류 치료 5000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수술적 치료가 2451건(49%), 시술적(비수술적) 치료가 2549건(5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의 신경외과 신용삼 교수는 “뇌동맥류의 시술과 수술 여부 등을 유기적인 협진을 통해 한 팀으로서 논의해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동맥류는 일교차가 크거나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에 터질 위험성이 더 높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장동규 교수는 “급작스러운 강한 두통과 함께 편측 마비나 의식 저하 등 뇌졸중 증상이 나타나면 뇌동맥류 파열을 의심하고 즉시 신경외과가 있는 큰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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