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부모 강박관념부터 내려놓고 하루 15분만 아이에게 집중해보세요[김효원의 마음건강 클리닉]

기자 2022. 11. 25.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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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육아에 지친 ‘부모 번아웃’
김효원 서울아산병원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지연씨는 6세, 3세 두 아들의 엄마이다. 회사에 다니면서 집안 살림을 하고 두 아들을 키우면서 몸도 마음도 너무 지친다고 했다. 아이들 때문에 가능한 한 일찍 퇴근하려고 낮에는 회사에서 잠시도 쉬지 못하고 일한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집 안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고, 집안일과 아이들 숙제나 준비물 등 챙겨야 할 일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면 숨이 턱턱 막혔다.

아이들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표현하면서도 “아이 키우는 게 이렇게 힘든 걸 왜 아무도 말 안 해줬나 싶어요”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게 너무 지친다며 남편도 아이들도 없는 곳에 가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육아 자체가 부담스럽다 보니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거나 스킨십을 하는 등 정서적인 반응이 몹시 어려웠고, 엄마의 기준에 아이가 따라주지 않으면 속상해했고 화를 많이 냈다. 엄마로서의 역할에 번아웃이 온 것 같았다.

번아웃은 신체적·감정적으로 지치고, 무기력해지고, 자신이 싫어지고 삶의 의미가 없어진 것 같다고 느끼는 증상을 뜻한다. 감정적으로 소모적인 환경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서 나타난다. 최근에는 ‘부모 번아웃’, 즉 육아에 너무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하고 있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 번아웃에 대해 연구해온 이자벨 로스캄과 모이라 미콜라이자크는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해서 신체적·감정적으로 지치고, 자신이 생각하던 이상적인 부모상에 비해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고, 부모 역할이 버겁고 지친다고 생각하며, 아이와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기 시작하는 것이 부모 번아웃의 특징적인 증상이라고 했다.

일하는 부모의 3분의 2가 육아 과정에서 번아웃을 경험한다고 한다. 엄마가 아빠보다 육아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낀다. 코로나19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부모가 챙겨야 하는 것들이 더 많아지면서 번아웃을 경험하는 부모들이 더욱더 많아졌다. 번아웃을 경험하는 부모들은 아이들을 잘 돌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우울·불안과 같은 정신건강문제를 경험하는 경우도 많다.

부모 번아웃을 경험하고 있다면 우선 ‘좋은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아야 한다.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오히려 아이와 부모 자신의 마음을 돌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 아이에게 집중하는 순간과 자신의 일이나 집안일을 하는 시간을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루에 15~20분 정도라도 다른 일을 하지 말고 아이에게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가지다 보면, 아이들도 엄마가 자신들에게 덜 집중하는 시간을 보다 잘 견디게 된다.

잠깐이라도 쉬는 시간을 가지고 사소한 것이라도 나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일, 위로되는 일을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 때는 가족이나 이웃,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음이 나아지지 않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상담 기관을 찾아서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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