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태양의 선물’ 천일염과 김치의 찰떡궁합[기고]
김장철이 다가오면 김치와 함께 꼭 기억해야 할 식품이 있다. 바람과 태양의 선물인 천일염이다. 김장을 맛있게 하려면 가장 중요한 첫 단계가 배추 절이기다. 예로부터 흔히 굵은 소금이라고 부르는 천일염을 사용해 왔다.
삼투압의 원리에 따라 저농도의 배추에서 고농도의 절임 소금물로 수분이 빠져나와 일단 배추가 숨이 죽고 나트륨 성분이 배추 안으로 퍼져 들어가 배추의 염도가 3% 내외로 절여져야 갖은양념이 배추에 잘 배어들고, 발효의 품질이 좋아진다. 천일염에 든 칼슘·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배추의 펙틴과 결합해 분자량이 큰 불용성 펙틴질을 만들기 때문에 천일염으로 절인 배추는 일반 소금으로 절인 것과는 달리 김치를 오래 보관해도 잘 무르지 않고 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천일염과 정제 소금으로 각각 배추를 절여 담근 김치를 5개월간 저장하면서 식감을 비교한 연구에서, 정제 소금으로만 절인 김치보다는 천일염으로 절인 김치가 더 아삭한 것으로 나타났다.
천일염으로 김치를 담그면 김치 유산균의 숫자가 늘어난다. 천일염의 칼륨·마그네슘·칼슘 등 미네랄 성분들이 초기 발효 속도를 빠르게 하고 유산균의 생성이 많아지게 돕는다. 김치 유산균의 활발한 증식 활동을 도와 최적의 발효가 이뤄진다. 김치·젓갈·간장·된장·고추장 등 전통 발효식품을 담글 때 천일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라고 권장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김치를 오래 두면 나타나는 것이 군내이다. 주범은 산막효모인데, 천일염으로 담근 김치는 유산균 증식이 활발해져 산막효모의 증식이 느려진다.
천일염은 일반 소금보다 나트륨 함량이 10~15% 이상 낮지만, 음식에 넣었을 때 짠맛은 일반 소금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 역시 칼륨·칼슘·마그네슘 등 천일염에 풍부한 미네랄 덕분이다. 이런 이유로 평소 음식 조리에 천일염을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량을 최대 20%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해양수산부는 천일염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이미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천일염 품질 인증제와 이력추적제도 도입했다. 천일염의 대량 소비처가 김치 제조업체란 사실에 착안, 해수부는 김치에서 소금의 원산지를 의무 표시하도록 했다. 소비자가 김치를 구매하면서 소금의 원산지가 어디인지를 확인한다면 우리 전통식품인 김치와 천일염을 함께 살리는 유쾌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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