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의 꺾이지 않는 마음’ 4년전 독일전 연상시킨 이란의 집념 [카타르 리뷰]

이태권 2022. 11. 25.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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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태권 기자]

아르헨티나를 꺾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또 하나의 중동 국가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했다.

주인공은 이란이다. 이란은 11월 25일 오후 7시(이하 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 아하마드 빈알리 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2차전 경기에서 웨일즈를 상대로 2-0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에 2-6으로 대패한 이란은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날 승리가 간절했다.

상황이 급박한 이란은 이날 시작부터 웨일즈를 강하게 몰아 붙이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 중심에는 사라다르 아즈문(레버쿠젠)이 있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곧잘 득점을 해 우리에게 익숙한 아즈문은 이날 경기 초반부터 쉴새 없이 웨일즈 수비의 뒷공간을 파고들며 이란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아즈문은 지난 달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쓰러진 뒤 회복이 되지 않아 조별예선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에 선발 출장하지 못했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조국 이란이 잉글랜드에 2-6으로 대패해 상황이 급박해지자 이날 선발로 나서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전반 15분 감각적인 2대1 패스로 골리사데의 득점을 돕기도 했지만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득점이 취소돼 아쉬움을 삼킨 아즈문은 몸이 완전한 컨디션이 아님에도 쉴새 없이 뛰며 공간을 만들었다.

전반 27분에는 다리에 쥐가 나 한차례 주저앉았다. 이후 기세가 한풀 꺾인 이란은 전반 추가시간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오는 크로스를 보고 쇄도하는 아즈문이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때까지 이렇다할 공격을 만들지 못했다.

아즈문은 투혼은 후반에도 계속됐다. 후반 5분 전진 패스를 받은 아즈문이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에서 슛을 날렸으나 골대를 맞췄다. 이후 중앙에서 흘러나온 공을 잡은 골리사데가 재차 슈팅을 시도했으나 반대쪽 골대를 맞고 공이 튕겨나오며 이란의 맥을 빠뜨렸다.

이후 아즈문이 다시 한번 한 차례 주저 앉았다. 이에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아즈문의 교체 사인을 냈으나 아즈문은 이를 만류하고 뛰면서 이란의 기회를 만들었다. 하지만 3-5-2 전형으로 5명이 내려와 수비를 하는 웨일즈의 견고한 수비를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아즈문은 후반 22분 교체됐다.

공격의 중심 아즈문이 빠졌지만 이란은 포기하지 않았다. 빈 공간을 찾아들어가며 공격의 활로를 뚫었던 아즈문의 역할은 타레미가 이어받았고 슈팅 수 12개를 기록하는 등 공격진 모두 기회때마다 슛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란의 꺾이지 않는 마음에 결국 웨일즈에 틈이 생겼다. 후반 38분 웨일즈의 패스를 차단한 이란이 하프라인에서 긴 전진 패스를 시도했다. 이에 웨일즈 헤네시 골키퍼가 골문을 비우고 전방으로 쇄도하는 타레미와 충돌해 퇴장을 당했다.

수적 우위를 점한 이란은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했고 결국 9분이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에 그토록 바라던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후반 교체 투입된 체시미가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먼거리에서 중거리 슛을 성공시키며 이란의 극적인 승리를 이끌었다.

이에 패배 위험에 빠진 웨일즈가 공격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경기 막판 이란이 하프라인에서 웨일즈의 공을 빼앗아 반대편 오른쪽 측면에서 질주하는 오른쪽 수비 레자에이안에 공을 연결해 추가골까지 기록했다.

이날 선발 출전한 레자에이안(33)은 우리나이로 30대 중반의 나이로 체력 안배를 할 법도 했지만 득점을 향한 집념을 보이며 웨일즈의 골문으로 내달려 추가골을 기록했다. 마치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에서 추가골을 위해 전력 질주한 손흥민(30)을 연상시켰다.

결국 이란은 웨일즈에 2골 차 승리를 거두며 득실차를 -2점으로 한 골 더 줄일 수 있었다. 첫 경기에서 잉글랜드에 2-6 대패를 당한 이란이지만 이날 승리와 함께 득실차를 -2골차로 줄이며 16강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이날 승리를 위해 하나가 된 이란은 특별한 기록도 세웠다. 이란은 월드컵 본선에 6번째 진출했지만 이날 전까지 유럽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웨일즈를 꺾고 월드컵 본선에서 유럽을 상대로 첫 승을 기록하며 유럽 공포증에서도 벗어났다.

(사진=기뻐하는 이란 선수단)

뉴스엔 이태권 agony@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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