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착취 ‘엘’ 주범, 호주서 잡았다

이유진 기자 2022. 11. 2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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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제2의 n번방’ 용의자
경찰, 한국 국적 20대 남성 검거
송환 추진에 ‘현지서 엄벌’ 여론

디지털 성범죄 ‘엘(L) 성착취 사건’의 주범으로 유력한 용의자가 호주에서 검거됐다. 경찰은 ‘제2의 n번방 사건’으로도 불리는 이 사건의 주범을 국내로 송환해 처벌할 방침이지만, 호주 현지 처벌을 주장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 A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지난 23일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엘’이란 별칭으로 불려온 A씨는 20대 중반 한국인 남성이다. 2012년 가족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갔으나 한국 국적을 유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20년 12월 말부터 지난 8월15일까지 미성년 피해자 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 1200여개를 만들고 텔레그램을 통해 이를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피해자를 유인하면서 2019년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텔레그램 계정을 이용해 수시로 대화명을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의 폐쇄·개설을 반복했던 그는 지난해 5월 공범 등에게 “나는 절대 잡힐 수가 없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8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텔레그램을 탈퇴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분석해 A씨의 신원을 특정, 지난달 19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경찰은 적색수배 요청 이후 약 한 달이 지난 23일 현지 경찰과 공조 수사(작전명 ‘인버록’)를 벌여 호주 시드니 교외에 있는 A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뒤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A씨 휴대전화 2대 등을 압수하고, 피해자 착취에 사용했던 텔레그램 계정도 확보했다. A씨는 체포 당시 “인터넷상에서 해당 성착취물을 내려받은 것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씨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A씨 검거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선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의 사례를 들며 국내 송환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에 비해 일반적으로 미성년 대상 성범죄의 형량이 높은 호주 현지 사법기관의 판단을 받아야만 제대로 된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20년 한국 법원의 판단으로 미국 송환을 피한 손씨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이미 출소한 상태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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