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제령’에…기준금리 올랐는데, 꿈쩍 않는 시중금리
당국 강력 요청에 인상 않고 눈치
은행들 “유동성 확보 필요” 불만
자금시장은 “안정에 도움” 긍정
금융당국이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에 예금금리 인상 자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자제령’에 선뜻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난 24일 시중은행 자금담당 부서장 회의에서 “예금금리 인상 등 금융사 간 금리 경쟁을 최대한 자제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 회의는 은행의 자금조달 및 유동성 현황, 기업어음(CP) 및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 매입 계획 등을 점검·논의하는 자리였다.
A은행은 당일 오전 한은이 예상대로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하자 다음주쯤 예금금리 인상 방안을 검토했으나 당국의 요청을 받고 인상 시기를 미룬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이날 김주현 위원장 주재로 연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에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인상은 대체로 시장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평가하고 시장위축 상황도 다소 진정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 불안 요인이 남아 있다”면서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기준금리가 3.00%에서 3.25%로 오른 지 하루가 지난 이날까지도 상품 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한은이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한 지난달 12일 당일에 앞다퉈 예금과 적금 금리 인상 계획을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B은행 관계자는 “금융위나 금융감독원이 금리 인상 자제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상황에서 상품 금리를 올리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른 은행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준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82~5.00%이다. 저축은행 상품 중에는 만기가 6%대를 기록하는 상품도 있다.
자금시장 쪽에서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공포에 빠진 시장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쏠림이 일어날 경우 정부가 미세조정에 나서는 게 시장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금융시장 전반의 유동성 위험 확대는 저원가성 예금 이탈에 따른 과도한 유동성 확보 경쟁 때문”이라면서 “당국이 은행에 예금금리 경쟁 자제를 요구한 것은 금융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C은행 관계자는 “금리 경쟁을 하지 않으면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라면서 “은행도 내년쯤으로 예상되는 더 큰 위기에 앞서 미리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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