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위믹스, 5대 거래소서 ‘상폐’…위메이드 “법적 대응”
2000원 호가하던 위믹스, 600원대로 내려앉아…계열사 주식도 하한가
장현국 대표 “업비트, 유통계획 가이드라인 안 줘…슈퍼 갑질” 반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국내 게임업체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WEMIX)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위메이드가 각 거래소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 정보와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통화 거래소에서 다음달 8일 오후 8시부터 위믹스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25일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사진)는 온라인 간담회를 열고 닥사의 결정에 대해 “업비트의 슈퍼 갑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거래소들에 가처분 신청을 걸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불복 절차를 밟겠다고도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위메이드가) 유통계획을 제출한 거래소는 업비트 한 곳뿐”이라며 “업비트에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지금까지 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거래 지원 종료 사실도 거래소 공지를 보고 알았다”면서 “어제 오후 5~6시까지도 해명 자료를 제출했지만 무엇이 불충분했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위믹스는 기존 게임을 블록체인화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주목받아온 코인 프로젝트다. 한때 시가총액은 3조6000억원에 달했다. 위믹스 투자자 커뮤니티 인원수는 8000명가량 된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6일 위믹스의 시가총액이 전일 대비 2배 늘어나면서부터 시작됐다. 코인마켓갭에서 지난달 25일 3000억원대였던 위믹스 시총이 큰 가격변동 없이 26일 8000억원대로 표기됐다. 위메이드 측은 “코인마켓갭에 위믹스 유통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업데이트를 한 것”이라고 했지만 시장의 불신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닥사는 지난달 27일 위믹스를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했고 이달 17일에는 이를 1주 더 연장했다.
이날 장 대표는 업비트를 비롯한 가상통화 거래소들이 위믹스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업비트에는 유통 계획을 아예 밝히지도 않은 코인이 부지기수”라며 “가상자산이라는 사회적 재산을 다루는 기업의 이런 처사는 사회악”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 8일로 예정된 거래지원 종료 전에 (가처분) 결과를 받아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며 “업비트에 형사상 책임이 있는지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업비트와 진행한 줌 회의 및 통화 녹취 등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닥사는 “유통계획 대비 초과된 유통량은 유의종목 지정 당시를 기준으로 상당한 양의 과다 유통이며 그 초과의 정도가 중대하다고 판단된다”면서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 점, 닥사의 거래지원 종료 여부 등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수차례 언론보도 등을 통해 발표해 투자자 보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여러 사정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소명 기간 제출된 자료에 각종 오류가 발견됐다”면서 위믹스의 신뢰도 하락이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업비트 관계자는 “가상자산 발행주체의 가상자산 매도 계획(유통계획)은 투자자도 알고 있어야 하는 주요한 투자 정보 중 하나”라면서 “거래를 지원하는 모든 가상통화 발행사에 유통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위믹스 같은 경우 선제적으로 (유통계획을) 제출한 것은 맞지만 실제 유통량과 크게 달랐다”고 밝혔다. 위믹스는 10월 말까지의 예상 유통량을 2억4596만개로 공시했지만 가상통화 중개 사이트 코인마켓캡에서 확인된 발행량은 3억1842만개로 계획보다 약 7200만개 많은 물량이 풀렸다.
가상통화 시장은 술렁이고 있다. 미국의 FTX 거래소 파산 신청과 국내거래소 고팍스의 예치 서비스 ‘고파이’ 출금 지연 사태에 이어 위믹스 상장폐지 소식까지 겹치면서 가상통화 시장의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0원대를 호가하던 위믹스는 거래종료 소식 이후 60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번 거래지원 종료 결정은 닥사를 구성하는 5대 가상통화 거래소에만 적용되고 그 외의 가상통화 거래소나 해외 거래소, 개인 간에는 전처럼 위믹스 거래가 가능하다. 그러나 닥사 회원사가 국내 가상통화시장 거래량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위믹스 투자자들의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게임업체 위메이드와 계열사는 주가가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코스닥시장에서 위메이드는 전거래일보다 1만6800원(29.89%) 하락한 3만9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위메이드 계열사인 위메이드플레이는 6450원(29.93%) 하락한 1만5100원에, 위메이드맥스는 5500원(29.92%) 떨어진 1만30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하며 가격제한폭(30%)까지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위믹스 플랫폼의 확장 속도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온보딩(연동)을 고려하는 게임사들의 부담 증가로 플랫폼 확장세는 둔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다른 P2E(게임하면서 돈 벌기) 게임사인 컴투스(2.64%), 컴투스홀딩스(6.38%), 넷마블(3.39%) 등의 주가도 하락했다.
권정혁·유희곤 기자 kjh05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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