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치병에 맞서 ‘온전한 나’로 살기[책과 삶]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피터 스콧-모건 지음·김명주 옮김
김영사 | 452쪽 | 2만2000원
동성 파트너와 북극광을 보러 여행을 떠났던 영국의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뜨거운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나오다 “완전히 낯선 미래를 향해 초고속으로 내던져졌다”. 오른발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은 것이다. 일시적으로 쥐가 났다고 결론내렸지만, 그건 루게릭병(MND)의 시작이었다. MND는 생명 유지 장치를 이용해 산다 해도 눈밖에 움직일 수 없어 ‘가장 가혹한 병’이라 불린다. 발병 1년 내 30%, 5년 내 90%가 사망한다.
스콧-모건은 이후 ‘사이보그’가 되기로 결심한다. 병에 굴복하는 대신, 쇠약해지는 육신을 기계 장치로 대체하면서 어떻게든 살아남기로 한다. 발상만 들으면 으스스하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연상시킨다. 이 책의 어조는 그렇지 않다. 명랑하고 유쾌하다. 삶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하다. 위,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해 간병인 도움 없이 먹고 배설할 수 있게 하고, 침이 기도로 넘어가 질식하지 않기 위해 후두적출 수술을 한다. 목소리를 잃은 뒤 합성 음성을 사용하고, 얼굴을 스캔해 3D 아바타를 만든다. 그는 2년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뒤 “미래를 다시 쓰고 세상을 바꿀 시간이 2년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한다. 하루를 살아도 온전한 자신으로 존재하고, 자신의 몸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질병과 죽음에 도전하려 한다.
스콧-모건이 힘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반려자와의 뜨거운 사랑도 있었다. 2005년 스콧-모건은 오랜 연인 프랜시스와의 시민 동반자 관계를 혼인 관계로 전환했다. 둘은 영국 최초의 동성 부부로 기록됐다. 이 책은 장애와 질병에 도전하는 과학과 소수자의 사랑을 동시에 예찬한다. 스콧-모건은 진단 5년 만인 지난 6월 세상을 떴다. 원제인 <Peter 2.0>은 기계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저자를 뜻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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