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보다 더 비현실적인 ‘사랑’[책과 삶]

오경민 기자 입력 2022. 11. 25.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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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들의 세계
이유리 지음
자음과모음 | 160쪽 | 1만2000원

결혼을 했다. 근데 이제 부모가 일방적으로 시킨 영혼 결혼식이다. ‘나’는 귀신이다.(‘모든 것들의 세계’)

공대생이 날 좋아한다며 사귀자고 한다. 그는 귀를 가져다대면 그의 속마음을 모두 들을 수 있는 ‘마음소라’를 내게 사랑의 징표로 건넨다. 엉겁결에 그와 사귀기로 하고 7년을 지낸다.(‘마음소라’)

전세 사기를 당했다. 4억을 몽땅 날리고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다. 가상화폐로 몇백억을 벌었다던 남편의 친구가, ‘나’가 대대로 집에서 키우고 있는 ‘반려 요정’을 이용해 코인 사기를 치자고 제안한다.(‘페어리 코인’)

유쾌한 상상력이 담긴 소설을 선보여온 이유리 작가의 새 소설집 <모든 것들의 세계>가 출간됐다. 세 개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작가는 상상 위에 현실을 펼쳐놓는다. 귀신이 돼도 모두에게 잊히기 전에는 세상을 떠돈다는 설정, 남의 속마음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소라 모양의 ‘마음소라’, 밥도 안 먹고 똥도 안 싸는 반려동물 ‘요정’이 각 소설에 등장한다. 이 위에 결혼은 언제하냐는 극성맞은 부모, 간이고 쓸개고 내어줄 것 같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애인, 전세 사기를 치는 집주인과 중개업자 같은 현실이 겹쳐진다.

비현실은 ‘용건 있냐’는 식으로 능청스럽게 거기 존재한다.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건 현실 쪽이다. 전승미 문학평론가의 표현처럼 ‘무조건적 선의’를 가진 인간이 각 작품에 한 명씩은 등장하는데, 그들이 변화를 일으킨다. 작가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서 가장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인물들의 용기와 사랑이었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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