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채우는 ‘수작업’…야만적 미세노동 시대[책과 삶]
노동자 없는 노동
필 존스 지음·김고명 옮김
롤러코스터 | 240쪽 | 1만6000원
영화로도 제작된 책 <노마드랜드>에는 ‘유랑노동’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노마드랜드>는 철마다 월마트, 아마존 물류창고, 국립공원 등을 돌아다니며 일하는 이들을 조명했다. 미 전역을 떠돌아다니며 일하는 이들의 노동을 ‘유랑노동’으로 지칭했다.
산업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전에 찾아 보기 어렵던 노동의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는 ‘미세노동’(microwork)이다. <노동자 없는 노동>의 저자 필 존스는 미세노동을 이야기한다. 이용자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다는 플랫폼기업은 사실 미세노동으로 돌아간다. ‘AI 기반’의 이면에는 인간의 수작업이 동반된다. 날것의 데이터는 힘이 없다. 대량의 데이터를 특정 범주로 묶고, 기준에 따라 라벨을 붙인 뒤에야 상품이 된다. 단순·반복인 데이터 분류 작업의 상당수는 인간의 몫이다.
저자는 플랫폼기업 뒤에 감춰진 미세노동을 주목한다. 미세노동에 투입되는 건 ‘노동자’가 아니라 프리랜서이면서 독립계약자다. 흔히 얘기하는 ‘플랫폼노동자’의 전형이다.
미세노동은 비가시적인 ‘데이터’ 뒤에 숨어 있어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미세노동이 이뤄지는 환경은 열악하다. 저임금인 데다 노동자 자신이 하는 일의 목적과 결과물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일을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한 번의 클릭 속에 야만적 삶과 고상한 삶의 궤적이 공존한다’는 저자의 지적이 뼈아프게 다가온다.
한국에도 네이버, 카카오 등 덩치 큰 플랫폼기업이 적지 않다. 책에는 아마존처럼 미국 기업의 사례가 주로 등장하지만, 한국 사회 곳곳의 미세노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지 가늠해 보기에도 좋은 책이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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