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총동원된 ‘최첨단 디지털 감옥’ 중국의 신장 위구르[책과 삶]

선명수 기자 입력 2022. 11. 25.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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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
대런 바일러 지음·홍명교 옮김
생각의 힘 | 208쪽|1만6000원

해외 웹사이트에 접속했거나, 이슬람 관련 동영상을 봤다는 이유로 2017년부터 15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예비 범죄자’로 취급돼 수용소에 갇혔다. 중국 서북지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인류학자 대런 바일러의 <신장 위구르 디스토피아>는 중국 정부가 ‘직업 훈련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는 신장 위구르 ‘재교육 수용소’의 실상을 파헤친 책이다.

1990년대 수출주도 시장경제로 전환한 중국은 한족을 자원의 보고인 신장 지역으로 집단 이주시켰다. 중국 정부의 한족 우대 정책은 이 지역 원주민들이었던 튀르크계 무슬림 위구르족의 반발을 불렀고, 몇몇 소요 사태가 발생했다. 시진핑 정부는 이를 테러리즘으로 규정해 2014년 ‘테러와의 인민전쟁’을 선포한다. 문제는 이 ‘인민전쟁’이 소수의 범죄자가 아니라, 신장 지역에 조상 대대로 살아온 무슬림 1500만명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이다.

책이 그리는 신장 위구르의 현실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는 ‘디지털 감옥’을 방불케 한다. 수용소에 24시간 돌아가는 감시 카메라와 스캐너는 위구르어로 이야기하기만 해도 곧바로 적발해 낸다. 수용소 밖 주민들도 얼굴·홍채·DNA 등 각종 생체정보와 디지털 정보를 당국에 등록해야 하고, 이는 정부의 ‘디지털 인클로저 시스템’에 저장된다. 당국이 주민의 위치와 온라인 활동 등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이 인권 탄압에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이 같은 ‘스마트 감시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작동하는 데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수행한 역할도 짚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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