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개월간 야당 대표 한 번도 안 만난 대통령

기자 2022. 11. 25. 20: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국회 시정연설을 마친 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의 배웅을 받으며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다녀온 해외 순방 결과에 대해 주로 설명했다고 한다. 이태원 참사 관련 국회 국정조사, 내년도 예산안 처리 등의 현안도 대화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집권여당 지도부와 소통하고, 국정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러한 자리에 야당 지도부가 빠진 것은 유감스럽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야당 대표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이런 식으로 야당을 대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취임 열흘 만에 여야 원내대표와 회동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이명박씨도 각각 취임 한 달 반, 두 달 반 만에 여야 원내대표나 당대표와 만났다. 야당이 좋아서 그랬던 게 아니다. 국회, 특히 야당의 도움 없이는 예산안·민생법안 처리 등 원활한 국정운영이 불가능함을 알았던 것이다. 특히 지금의 국회는 야당 의석이 절반을 훌쩍 넘어서는 ‘여소야대’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입법을 실현하려면 169석 거대야당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윤 대통령이 현실을 외면하는 까닭을 납득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 접촉을 피하는 것은 검찰 수사와 관련돼 있다고 한다. 검찰이 이재명 대표 측근들을 구속하고 이 대표까지 겨누는 상황에서 ‘피의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에 수출 감소까지 겹친 경제위기 상황에서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 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 가시적 성과가 없더라도 만남 자체가 국민을 안심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한국갤럽이 25일 공개한 정례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30%로 조사됐다. 인사 실패·비속어 논란·정책 혼선·이태원 참사 대응 등이 겹치며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5주간 29~30%의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만나 진솔하게 협조를 구해야 한다. 검찰 수사가 민생보다 앞설 수는 없다.

윤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국익 앞에 여야가 없다. 정쟁은 국경 앞에서 멈춘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야당을 무시하거나 자극하면서 국익을 위해 협조하라는 건 더 큰 반발만 부를 뿐이다. 혹여 ‘발목 잡는 야당’ 이미지를 만들려는 의도인가. 그러나 국정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모든 책임은 국가 최고지도자인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윤 대통령이 먼저 야당 지도부에 대화를 제의하기 바란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