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동 성학대범 임용 금지” 헌법불합치, 상식 부합하나
아동 성학대 전과자의 공무원·직업군인 임용을 금지한 국가공무원법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범죄의 경중, 재범 위험성, 직무 관련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임용을 제한한 것은 공무담임권 침해라는 게 헌재 판단이다. 그러나 아동에 대한 성학대는 그 자체로 반인륜적이며, 피해 회복이 쉽지 않은 중대 범죄다. 헌재는 법리를 내세웠지만, 국민 상식과 법감정에 부합할지 의문이다.
헌재는 지난 24일 국가공무원법 33조 6호의4 나목, 군인사법 10조 2항 6호의4 나목에 대해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했다. 해당 조항은 아동에 대한 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로 형이 확정된 사람을 일반직공무원 및 부사관으로 임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헌재는 아동과 무관한 직무에까지 영구적으로 임용될 수 없게 한 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고 봤다. 해당 조항은 2024년 5월31일까지 개정되지 않을 경우 효력을 상실한다.
헌재는 “개별 범죄의 비난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 기간 임용을 제한하는 ‘덜 침해적’ 방법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려운 미성년자에 대한 성학대는 국제사회에서 최악의 범죄로 간주된다. 이런 범죄의 죄질을 일일이 따져 ‘3년만’ 혹은 ‘5년만’ 임용을 제한하자는 게 사법정의에 부합하나.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이 반대의견에서 밝힌 대로, 아동학대 범죄는 재범 위험성이 높으며 시간의 경과만으로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기 어렵다. 이런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공무를 수행할 경우 공직에 대한 국민 신뢰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3인의 견해도 타당하다.
헌재 결정이 나온 다음날, 디지털 성범죄 ‘엘(L) 성착취 사건’ 주범으로 알려진 한국인 남성이 호주에서 검거됐다는 뉴스가 들려왔다. 경찰은 용의자를 국내로 송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일부에선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사례를 들어 송환에 반대하고 있다. 미성년 대상 성범죄 형량이 높은 호주 법원 판단을 받아야 제대로 처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2020년 미국 송환을 피한 손정우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유포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출소했다. 한국 사법기관은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유독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헌재의 이번 결정 또한 ‘가해자에 이입하는 한국 사법’이란 인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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