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중국과 ‘노 마스크 월드컵’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해온 중국이 카타르 월드컵에 당혹하고 있다. 관중 수만 명이 거리 두기는커녕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경기를 즐기는 모습을 중계방송으로 보고 충격받은 것이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 같다” “저곳은 축제인데 이곳은 공공장소에도 못 모인다니” 같은 반응이 올라왔다가 당국 검열 탓인지 사라졌다고 한다.
중국의 코로나19 상황은 2020년 팬데믹 시작 이래 최악이다. 지난 23일 기준 확진자가 역대 최고치인 3만명을 넘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세 번째 임기 시작에 맞춰 완화되던 방역은 다시 48개 도시 봉쇄 및 광범위한 이동제한 조치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3월 주민 2500만명이 두 달간 자택에 격리돼 식량난에 시달렸던 상하이 봉쇄 수준을 넘어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사망자가 발생한 수도 베이징은 표적봉쇄가 확대되면서 침묵의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나는 중이다. 세계 최대의 아이폰 생산기지인 광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봉쇄를 뚫고 대거 탈출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었다. 격리 중 치료받지 못해 숨진 암 투병 영아 등 안타까운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팬데믹 초기 서방이 막대한 인명피해를 낼 때, 중국 시진핑 체제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브랜드 정책’으로 내세웠던 터라 정책 방향을 틀기 쉽지 않다. 대만(28.5)이나 한국(10.6)을 크게 밑도는 인구 10만명당 중환자 병상(3.6)을 비롯해 취약한 의료기반 붕괴를 막으려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도 원인이다. 고령층 백신 접종은 장유유서(長幼有序) 문화 때문에 강제하지 못해 저조하고, 효과가 검증된 서방 백신은 자국산 백신 우선정책 때문에 도입하지 못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분석했다.
내년에도 이 같은 방역정책이 지속되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깎이고, 글로벌 공급망 혼선에 인플레이션도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내 청년실업률과 부동산 리스크를 비롯한 위기도 상당하다. 중국 역대 왕조 가운데 민생 해결에 실패하고도 오래간 경우는 드물었다. 시진핑 체제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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