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n번방’ 주범 ‘엘’ 호주서 검거···경찰, 국내 송환 추진

‘제2n번방’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엘’이 호주에서 검거됐다. 사진 제공=서울경찰청

[서울경제]

‘제2n번방’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용의자 ‘엘’이 호주에서 검거됐다. 국내에서 ‘엘’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A 씨는 2020년 12월 말부터 올해 8월 15일까지 미성년 피해자 9명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만들고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를 받는 20대 중반의 남성 A 씨를 호주 경찰과 공조해 23일 검거했다고 25일 밝혔다. A 씨는 2019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공론화한 ‘추적단불꽃’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그는 텔레그램 대화명을 수시로 바꾸고 성착취물 유포방의 개설과 폐쇄를 반복하면서 추적을 피하고 장기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올 8월 말 수사가 시작되자 텔레그램을 탈퇴하고 잠적했다. 경찰은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분석해 A 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지난달 19일 체포 영장을 발부 받아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약 한 달 만인 이달 23일 현지 경찰과의 공조수사(작전명 ‘인버록’)를 통해 시드니 교외에 있는 A 씨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하면서 A 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A 씨를 국내로 송환할 방침이다. 송환에 앞서 호주 경찰이 A 씨를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소지 및 제작 혐의’로 현지에서 기소할 수 있도록 협력할 예정이다. 주범이 붙잡힌 만큼 공범과 방조범 검거를 위한 국내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피해자를 유인·협박하는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공범 3명을 구속했다. A 씨가 제작한 영상을 온라인 사이트에서 판매하거나 특정 사이트에 피해자 신상 정보를 게재한 피의자 3명도 구속 송치했다. 경찰은 이 외에도 성착취물을 유포·소지하거나 시청한 5명도 불구속 상태로 송치하고 나머지 공범과 방조범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는 총 21명이다.

박신원 기자 sh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