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람] '과거를 묻지 마세요' 나애심

2022. 11. 2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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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대남의 그때 그 사람 ◆

"과거를 묻지 마세요." 1958년 나애심이 불러 유행했던 대중가요다. 대중가요는 그 시대 정서를 담아 유행하고 잊힌다. 그래서 '대중가요'의 또 다른 이름은 유행가다. 나애심은 유독 시대의 애환과 정서를 노래했다.

나애심의 본명은 전봉선이다. 평남 진남포에서 1·4후퇴 때 내려왔다. 1953년 오빠인 작곡가 전오승의 '밤의 탱고'로 데뷔했다. 그리고 1956년 '세월이 가면', 1958년 '과거를 묻지 마세요' '미사의 종'을 부른다. 1960년 '백치 아다다'를 노래하고 영화의 타이틀 롤을 맡아 관객을 울렸다. 당시 천재 아역배우 전영선이 조카이고 딸 김혜림도 가수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는 일제와 전후시대의 아픔을 '…한 많고 설움 많은 과거를 묻지 마세요'라고 노래해 영화화됐다. 김동진 작곡의 '백치 아다다'는 말 못하는 아다다가 남편의 핍박을 견디지 못하고 비극적 종말을 맞는 이야기다. '감자' '치맛바람' '원점' '육체의 고백'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의 영화에 출연했다.

'세월이 가면'은 낭만시대 명동의 '은성'이라는 뒷골목 막걸리 집에서 만들어졌다. 1956년 3월의 밤. '은성'에서 시인 박인환 조병화, 작곡가 이진섭 그리고 나애심이 막걸리 잔을 기울였다. '은성'은 영화 제작자였던 탤런트 최불암의 아버지 회사 이름이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아들을 기르기 위해 어머니가 차린 곳이다.

거나해진 조병화가 나애심에게 노래를 청했다. 나애심이 "분위기에 맞는 노래가 없다"고 하자 박인환이 종이에 무언가 끄적였다. 그 글에 이진섭이 멜로디를 붙이고 나애심이 노래했다. 그 노래가 가슴시린 '세월이 가면'이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그 눈동자 그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박인환은 이 시를 남기고 일주일 뒤인 1956년 3월 20일 30세에 세상을 떠났다. 뒤에 박인희 등이 리메이크했다.

나는 1983년 7월 28일 추억의 스타 나애심의 근황을 인터뷰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살다 보니까 제가 노래하고 영화 주연도 했던 '백치 아다다'가 바로 저였어요. '과거를 묻지 마세요'. 16년을 혼자서 엄마로 살았으니까요." 나애심이 5년 전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최근에야 들었다. 소식을 전한 사람은 나애심을 "한 시대의 스타였고 외롭고 착한 엄마였다"고 회고했다.

만약에, 우리 정치문화에도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안부를 묻는다면 뭐라고 할까. 혹시, '요즘을 묻지 마세요' 하지 않을지. 씁쓸한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안타까운 시대다. 나애심.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한 시대의 애환과 낭만을 노래했던 추억의 가수다.

[신대남 전 일간스포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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