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는 미래가, 뒤엔 과거가 … 터널의 찰나
박민하·이경민 휘슬 대표
터널을 통과하는 시간은 묘하다. 등 뒤로는 막 지나온 과거가, 눈앞에는 예정된 미래가 함께 있다. 터널을 통과할 때 묘한 쾌감을 화면에 포착했다. 시간대별로 나눠 겹겹이 표현된 붓질 사이로 안개처럼 몽환적인 장면이 스친다. 도시 풍경과 감각을 점, 선, 면, 색으로 탐구해온 박민하(38)는 터널 끝 시간의 흐름을 2m 캔버스 평면에 겹겹이 쌓아갔다. 도시에서 흔한 헤드라이트나 섬광, 잔상으로 남은 빛이 마치 주인공 같은 대형 추상회화 7점이 경리단길 갤러리 휘슬에서 열리는 개인전 'Tunnels'에 펼쳐졌다.
빛은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찰나를 감지하는 매체다. 그는 빛 외에도 기억, 감각, 공기, 순간의 진동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정 변화를 기호처럼 변형해 캔버스에 배치했다. 공상과학(SF)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아 친근하다.
박민하는 "차에서 운전하는 것은 홀로 하는 산책과 같아 종종 작업의 소재가 된다"며 "남산 인근에서 오래 거주해 왔지만, 장소를 특정하지 않으면서도 낮과 밤이 겹치는 시간대를 포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에 선보인 신작들에는 도시에서 흔한 기하학적 구조물에서 비롯된 사각형과 사선의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또 작품의 왼쪽과 오른쪽 어디에 서서 보느냐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르다. 다양한 위치와 순간에 반사된 빛이 한 화면 안에서 객관화된다. 사진과도 차이가 커 직접 눈으로 봐야 한다.
이는 작가가 2020년께부터 실험한 다양한 안료를 마음껏 풀어낸 결과물이다. 형광색과 은색, 빛나는 입자(미러볼)를 섞은 안료와 스프레이 페인트는 대형 캔버스 안에서 작가의 붓질과 결합해 그가 경험하고 탐구한 빛을 다시 구성하고 그 느낌을 극대화한다. 기본 붓질만 20번가량 더 하니,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까닭에 그림 한 점당 최소 6개월이 필요하다.
2017년 갤러리 개관전시부터 작가와 함께한 동갑내기 이경민 휘슬 대표는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변하는 광택과 빛깔이 매력적"이라며 "도시 감성의 빛과 날씨 등을 탐구해온 작가가 성장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위치와 순간에 반사된 빛은 한 화면 안에 잡혀서 소실점이 있는 풍경 'Enter Namsan(midnight)'(2022)과 다소 밋밋한 평면이 평안하게 해주는 'Nostos(긴 여행 끝의 귀가), Coasting'(2022)이라는 대도시 풍경으로 남았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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