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봉쇄 장기화에 항의 시위 이어 탈출극…참다못한 주민들 대거 봉쇄지역 이탈

이종섭 기자 2022. 11. 2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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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하이주구의 봉쇄 지역에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위터 캡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가 장기화되고 있는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 하이주(海珠)구에서 주민들이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인데 이어 아예 봉쇄 지역을 탈출하는 일이 일어났다. 당국은 주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철조망과 콘트리트 벽을 세우고 법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홍콩 명보는 하이주구에서 지난 23일 밤 주민들이 방역 검문소를 뚫고 대거 봉쇄 구역을 탈출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25일 보도했다. 당국은 이미 주민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광저우 시내로 향하는 도로와 다리 끝에 철조망을 세우고 벽을 쌓아 뒀지만 주민들은 한밤중에 이를 뛰어넘어 봉쇄 지역을 벗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이 벌어진 후 주변 지역의 마을위원회는 긴급통지문을 통해 “23일 밤부터 24일 새벽까지 대규모 주민이 폐쇄 지역에서 도망갔다”며 “임대 주택 소유자들은 즉시 세입자 상황을 점검하고 세입자가 당분간 친척이나 친구를 들이지 말도록 하라”고 통보했다.

광저우 공안국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이 봉쇄 구역을 벗어난 사실을 확인하고 “코로나19 관련 유언비어가 유포돼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 전파 위험을 높이는 비이성적 행동을 법에 따라 단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하이주구 입구에 2m 높이의 콘크리트 벽이 세워지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고 명보는 전했다. 당국은 하이주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연결되는 다리와 터널 등에서 주민들의 이동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섬유 공장 등이 밀집한 하이주구는 다른 지역에서 온 농민공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봉쇄 조치가 취해졌다. 지난주 이 지역에서는 봉쇄 연장이 결정되자 주민들이 밖으로 몰려나와 집 앞에 세워진 바리케이드를 넘어뜨리며 경찰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었다. 이후에도 봉쇄가 해제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참다못한 주민들이 아예 봉쇄 지역을 탈출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이주구는 귀향 의사가 있는 주민들이 핵산(PCR) 검사에서 3일 연속 음성 판정을 받으면 고향으로 돌아갈 차표를 지원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913명이 도움을 받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봉쇄 위주의 방역 조치가 계속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아이폰을 생산하는 대만 기업 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의 허난성(河南)성 정저우(鄭州) 공장에서는 지난달 공장에서 격리된 채 생활하던 노동자들이 집단 탈출하는 일이 있었다. 또 지난 9월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갑자기 봉쇄 결정이 내려진 지역 주민들이 거리에 나와 ‘봉쇄를 해제하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전역에서는 전날 하루 모두 3만1987명의 일일 신규 감염자가 발생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했다. 이 가운데 광저우시가 속한 광둥성에서 7979명으로 가장 많은 감염자가 나왔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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