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여준 제퍼슨, 고민이 필요한 KCC

김종수 2022. 11. 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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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대 홀리스-제퍼슨(27‧198cm)은 시즌초 KCC의 행보를 가를 중요한 변수중 하나로 꼽힌다. 타일러 데이비스를 포기하고 데려온 선수이니만큼 그의 활약여부에 따라 KCC의 경기력에도 큰 영향이 오갈 것은 분명하다. 기대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잘해준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 있겠지만 그렇지않은 경우 팀은 하위권을 벗어나기 쉽지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현재의 KCC는 기대해볼만한 전력 상승요인이 적은 상태다.


제퍼슨이 합류한다는 얘기가 들려오기 무섭게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엇갈리는 분위기였다. 세계최고무대 NBA에서 300경기 이상을 소화한데다 나이까지 젋다는 점은 ‘왜 저 정도 선수가 국내 무대에서?’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체형, 플레이스타일 등에서 전형적인 스윙맨 스타일이었던지라 골밑에서 활약할 선수가 필요한 KCC에는 맞지않는 핏이라는 혹평도 많았다.


현재까지만보면 아쉽게도 후자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 KCC는 10개팀 중에서도 평균 신장이 낮은팀이다. 이승현을 영입했다고는 하지만 가드인 정창영이 3번 포지션에 자주 투입될 정도로 높이 문제가 심각하다. 거기에 제퍼슨은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들어온 상태인지라 컨디션 역시 완전하지 못하다.


이를 입증하듯 그간 KCC는 제퍼슨이 왔음에도 불구하고 라건아의 출장시간 및 과부하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해외리그 경력이고 뭐고 포스트에서 힘을 보태줄 선수로 교체해야 된다’는 의견이 쏟아졌던 이유다. 다행인 것은 최근들어 제퍼슨의 컨디션이 조금씩 살아나고있다는 부분이다. 특히 지난 23일 리그 선두 KGC전에서는 자신이 능력은 갖추고 있는 선수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제퍼슨은 특히 같은 포워드 계열의 외국인선수들을 만나면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모습이다. 이는 KGC 1옵션 오마리 스펠맨도 예외는 아니었다. 플레이 스타일은 얼핏 비슷하더라도 체급(?)에서 많은 차이가 날듯해보이지만 위축되기는 커녕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분명 본인에게 맞는 옷이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줬다. 스펠맨이 앞에 있어도 거침없이 돌파를 시도하고 심지어 달고떠서 덩크슛까지 성공시킨 모습이 이를 입증한다.


이날 제퍼슨은 28분 14초를 뛰며 29득점, 10리바운드, 2어시스트, 1스틸, 3블록슛으로 펄펄날았다. 반면 스펠맨은 24분 10초 동안 12득점, 7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자신의 올시즌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차전 당시 제퍼슨이 불과 11분 정도 밖에 뛰지 않았을 때는 32득점, 9리바운드로 펄펄날았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됐다.


제퍼슨은 3점슛 옵션이 없다시피한 상황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팀에 공헌했다. 외곽에서 드리블을 치는 듯 하더니 삽시간에 KGC수비수 3명 사이를 스치듯 벗겨내면서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여기에 대해 KGC 수비진이 경계를 하자 이번에는 동료에게 먼저 볼을 준 다음 미들라인서 다시 받아 상대 수비수 머리위로 '인 유어 페이스 덩크'를 찍어냈다. 묵직한 파워덩크는 아니었으나 스피드와 높이만큼은 확실해보였다.


하프라인 인근에서부터 드리블을 치고 들어오다가 가속을 붙여서 돌파를 들어가는가 하면 특유의 체공력을 활용해 수비수 숫자에 상관없이 달고떠서 더블클러치나 레이업슛을 성공시켰다. 손끝이 뜨거워지자 탑, 45도를 가리지않고 미들슛도 불을 뿜었다. 간만에 많은 출장시간을 가서인지 덩크슛의 높이도 계속해서 낮아지는 등 조금씩 체력적으로 버거워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빈공간이 보이면 망설이지않고 과감하게 치고 들어가는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돌파 횟수를 많이 가져가는 선수같은 경우 무엇보다 성공률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무리했다싶은 순간에도 일정 영역까지 뚫고 들어갔으면 자신이 마무리를 짓는 쪽이 좋다. 일부 국내선수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꾸역꾸역 좁은 곳으로 뚫고갔다가 수비에 막혀 어찌할줄 몰라 무리한 슛을 던지던가 아님 그제야 볼을 돌리게되면 이른바 죽은볼이 양산되고 팀플레이에도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국내 감독들이 가장 싫어하는 모습중 하나다. 

 

 


반면 제퍼슨은 자신이 주도한 돌파상황에서의 마무리를 잘했고 설사 실패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리바운드 참여를 하던가 공을 쳐내는 움직임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렇게되자 이어지는 공격찬스가 늘어났고 팀 또한 제2, 제3의 연계플레이가 가능해졌다.


동료들과의 손발도 슬슬 맞아가기 시작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무지성 돌파와 미들슛 등 나홀로 플레이로 일관했으나 이날 경기에서는 골밑으로 달려들어가는 동료에게 좋은 타이밍에서 패스를 건네주고 자신 역시도 돌파가 여의치않다 싶으면 빠르게 패스를 주고 다시 받는 등 팀플레이에 대한 부분 역시 많이 나아졌음을 알게 해줬다.


3점슛 약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선택지가 많은지라 외곽에서부터 공격을 시작해도 KGC는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제퍼슨을 보고있노라면 국내 무대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선수중 한명인 애런 헤인즈가 떠오른다. 헤인즈는 커리어 초창기만 하더라도 여러팀의 대체 외국인선수를 전전하는 등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고 국내무대에 적응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가장 무서운 외국인선수 중 한명으로 탈바꿈했다.


어찌보면 페이스 자체는 제퍼슨이 헤인즈보다 더 빠르다.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하고 운동능력도 좋은 만큼 몸이 더 만들어지고 국내 무대에서의 경험치가 쌓이면 젊은 헤인즈 버전으로 재탄생하지 말란 법도 없다. 문제는 KCC는 시간이 없다는 사실이다. 현재 5승 9패로 9위에 머물고 있는데 더이상 패수가 늘어난다면 하위권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제퍼슨같은 유형이 활약하려면 해당 팀과의 조화가 중요하다. 포스트에서의 활약에 한계가 뚜렷한 만큼 장신 국내선수들과 함께 뛰면서 높이에 대한 약점을 서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 헤인즈가 유독 맹활약했던 오리온이나 SK가 대표적이다. 현재의 그런 선수 구성이 쉽지않은 KCC지만 제퍼슨과 함께 할 때는 최대한 높이(혹은 활동량)가 있는 선수위주로 라인업을 구성할 필요가 있는 이유다.


어찌보면 제퍼슨은 지금의 KCC보다 송교창이 돌아올 다음 시즌 라인업에서 더 잘어울려 보인다. 송교창-제퍼슨-이승현이라면 어느 정도 자신들의 장단점을 조화롭게 펼쳐나갈 만한 구성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기에 시즌은 너무 많이 남았다. 어떤 길을 택하든 제퍼슨과 함께 하고 싶다면 팀과의 공존 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해보인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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