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작 ‘포니 쿠페’ 나온다, 주지아로 “포니는 기적…디자인 핵심 이 것”

손재철 기자 2022. 11. 2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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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Giorgetto Giugiaro·85) 가 1974년작 포니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포니(Pony)는, 기적이었어요.’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85) 디자이너가 지난 ‘1974년작 포니(Pony)’ 디자인 탄생 스토리와 그의 디자인 철학들을 24일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토크쇼 형태로 열린 무대에서 공개했다.

포니·쏘나타 아버지 조르제토 주지아로 “포니는 기적”


‘포니’와 ‘쏘나타’ 아버지로 불리는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이날 블루 컬러 슈트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라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포니(4도어)’와 수출용 ‘포니 쿠페 컨셉트(2도어)’ 탄생 과정을 전했다.

현대차그룹 CCO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 환영 속에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특히 디자인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1974년에 현대차가 포니를 당시 만든 것은 기적 이었다”며 이후 성장한 현대차 디자인을 두고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또 50년 전 자신이 그려낸 ‘포니’ 실루엣이 더해진 ‘아이오닉5’에 대해 호평을 아까지 않았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아이오닉5 디자인에 대해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지난 21일 현대차 공식 초청으로 방한한 조르제토 주지아로(1938년생)는 올해 나이 85세의 전설적인 ‘세기의 디자이너’이자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 기업 ‘GFG 스타일’ 설립자이자 대표다. 자동차 디자인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걸쳐 현재도 디자인을 이어가고 있는 디자이너계 ‘마에스트로(거장)’이다.

‘포니 쿠페’ 그리고 걸작들


무엇보다 ‘포니’·‘포니쿠페 콘셉트’에 이어 ‘포니 엑셀’, ‘프레스토’, ‘스텔라’, ‘쏘나타 1세대(Y1)’, ‘쏘나타 2세대(Y2)’, 폭스바겐 ‘골프’와 ‘제타’, ‘시로코’, ‘파사트’, 피아트의 ‘판다’ 등을 탄생시켰고, 영화 ‘백투더퓨처’에 나온 ‘드로리안 DMC-12’ 등 수 많은 걸작들이 그의 연필 끝에서 나왔다.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85) 디자이너가 24일 현대자동차 인재개발원 마북캠퍼스에서 토크쇼 형태로 열린 무대에서 포니 쿠페 콘셉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 현대차 제공


‘포니’보다 2년 앞서 양산해 국내 소형 승용차 시장에서 경합을 벌인 ‘기아 브리사(Brisa)’의 베이스 모델이던 ‘마쓰다 패밀리아 2세대’도 그가 그렸고 후면부 품새가 ‘포니쿠페 콘셉트’와 엇비슷했던 1970년대 슈퍼카 ‘마세라티 보라’도 주지아로 손길이 더해진 모델이다. 현대차 외 쌍용차 렉스턴 1세대, 코란도C 초기형도 주지아로 디자인을 지니고 있다.

포니쿠페 콘셉트 스케치(위), 포니 디자인 (아래) 사진 | 손재철기자


이런 자동차 산업에 끼친 지대한 영향력을 인정받아 그는 전세계 자동차 전문기자들로부터 1999년 ‘20세기 최고의 자동차 디자이너’에 선정됐으며 2002년엔 ‘자동차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1974년작 포니 쿠페 콘셉트’ 복원 원형 그대로


이날 주지아로 디자이너는 현대차가 비공식적으로 비밀리에 추진해온 ‘1974년작 포니 쿠페 콘셉트 원형 그대로의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1974년작 포니쿠페 콘셉트. 수출용 소형승용차로 양산할 목적으로, 현대차가 개발한 2도어 모델이다.


그러면서 “50년 전부터 맺어진 현대차와의 인연으로, 현대차 브랜드 유산 복원 프로젝트에 힘을 보태게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대차가 주지아로와 다시 손을 잡게 된 것은 양산화를 목표로 차체 바디 금형제작까지 끝마치고도, 출시하지 못하고 유실되어 버린 ‘포니 쿠페 콘셉트’카에 대한 현대차의 복원 의지가 강해 맺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1974년작 포니 쿠페 , 이후 램프를 사각으로 바꾼 모델이 1975년 제작됐다.


실제 1974년 10월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는 미래지향적이라는 극찬을 받았지만, 공개 이후 알 수 없는 이유로 차량 자체가 유실됐다. 양산화를 코 앞에 두고 빛을 보지 못하고 사라진 비운의 콘셉트카였다.

포니쿠페와 N 비전 74 랜더링 이미지.


하지만 수 십년이 지나 현대자동차는 이 같은 ‘포니 쿠페’ 초기 버전을 바탕으로 ‘N 비전 74’ 고성능 수소전기차를 개발하는 등 현대차 헤리지티 복원 분야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헤리티지(역사)’ 자체가 상품성이자 갈수록 파급력이 오르는 ‘가치(밸류) 소비’를 추구하는 수요층에 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이 ‘과거와 현재, 미래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디자인 방향성을 수 년간 추구해오면서 시장에서 얻은 호응들이 전체 흐름을 잇는 큰 원동력이 되고 있다.

N 비전 74. 실차로 개발됐다.


아이오닉5, 아이오닉6, N비전 74 수소전기차, 그리고 이미 사전계약 대수 11만대를 넘어선 7세대 그랜저 등이 이런 ‘방향성’ 아래 드로잉된 대표적 모델들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엽 부사장은 “회사의 존재에서나, 해외에서 보더라도 포니와 포니 쿠페는 영감을 주는 존재이고, 80년대까지 현대차 디자인 뿌리를 이어온 현대차 역사에서 중요한 모델”이라며 “포니가 있었기에 아이오닉 5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N 비전 74’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다 연결되어 있어 주지아로 디자이너, 그리고 앞에 계신 기자 여러분, 고객들 모두 연결돼 있다”며 “이제 우리가 만드는 것은, 우리만의 유산이 아니고 함께 가져 나가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포니 회고한 주지아로 “엔지니어링와 디자인 결합의 승리”


주지아로는 과거 ‘포니’ 디자인 의뢰를 받았던 1973년 시절을 떠올리며 토크쇼 무대에서 ‘회상’에 잠기기도 했다. 특히 1970년대 당시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대해 “경쟁이 참 치열했다”며 “그럼에도 세계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현대차 디자인을 맡아 뿌듯했고, 멋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또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그의 나이 35세 즈음 의뢰를 받아 만든 결과물 ‘오리지널 포니’와 ‘포니 쿠페’가 실제 개발된 것에 대해선 ‘엔지니어링와 디자인 결합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1974년 10월 30일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 무대에 올라 주목을 받았던 현대차 ‘포니’에 대한 후속 평가 기사(1974년 경향신문) 배경으로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이상엽 부사장 이야기를 듣고 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85)는 50년 전 디자이너로 왕성한 활동을 보인 1973년, 35세 젊은 시절 (사진) 현대차로부터 디자인 의뢰를 받았다. 사진 | 손재철기자


이날 그는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상엽 부사장과 현대차그룹 CCO(Chief Creative Officer)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사이에 앉아 1시간 이상에 걸쳐 진행한 토크쇼 내내 들어온 질문에 ‘예시’와 ‘비교’ 등을 더하며 답변을 이어 갔다.

조르제토 주지아로(Giorgetto Giugiaro·85)가 ‘비교’ 등을 더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그가 좋아하는 ‘블루’ 색상이 어우러진 슈트 매무새를 매번 체크했고 무대 양측 끝단에 올려진 ‘1974년생 포니’와 ‘2021년 2월생 아이오닉5’를 천천히 웃으며 바라보기도 했다. 손가락 끝단은 여전히 섬세했고, 시선을 가리키는 눈매는 예술가의 것이었다.

그는 특히 포니 쿠페를 디자인했을 당시엔 ‘롱노오즈 패스트백(차체 바디 비율로, 후드가 길고 후면부가 짧은 스타일)’이 유행하는 시절이었는데, 미래지향적인 디자인 방향성을 어떻게 잡았는지에 대한 기자 질문에 “단순함을 추구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가능한 모든 것을 자동차에 다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기 보다는, 디자인은 신비한 측면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자이너에게 전하고 싶은 말


아울러 자동차 디자이너와 디자이너를 꿈꾸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내용으로 ‘단순함’, ‘단순성’, ‘균형미’ 3가지를 디자인 핵심 키워드로 꼽았다.

이어 자동차 디자인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남성이든 여성이든 얼굴을 보게되면 균형 잡힌 모양이면서도 모두 다른 모습이지 않냐”라며 “자동차 역사도 150년 지나오며 다양한 모습들로 나왔지만 본질에선 각각의 스타일 있으면서도 단순함, 단순성, 균형미,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추구하는 디자인 특징들을 말했다.

이어 “몰드 같은 경우도 대부분 플라스틱 몰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그게 항상 필요한 건 아니다”며 “상황에 따라 여러 몰드가 필요하고 기능적인 부분도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 나오는 자동차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여러 가지 라이트, 버튼이라든가 이런 걸 보면 어떻게 저런 형태를 만드는지 놀라울 따름”이라며 “이를 보면 젊은 디자이너들이 열정을 가지고 더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디자인은, 아트다’ 포니 쿠페 개발 착수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주지아로는 “어떤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화랑에 가면 되지만 자동차는 멈춰 있는 게 아니라 독일, 일본이나 어딜 가도 볼 수 있는 게 자동차”라며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선 정말 많은 희생과 노력이 디자이너들에게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즐거움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이너들에게 전하는 말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또 “자동차라는 것은 수천,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고 그렇기에 ‘예술을 하 듯’, 자동차 디자이너는 예술 분야의 일부분을 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하나의 자동차 라이트 디자인을 해도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예술적인 측면은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외 일상에서 여전히 블루 컬러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블루에 대해 굉장히 매력을 느끼지만, 자동차는 좀 밝은 색을 좋아하는 편(검은 색의 경우는 형태를 잘 보여주긴 하지만)”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러한 조르제토 주지아로 디자이너와 협력해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등재했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한 실차를 내년 봄 즈음 내놓을 예정이다.

주지아로는 울산 공장을 돌아보는 등 현대차와의 포니쿠페 콘셉트가 복원 프로젝트 협업을 시작했다.


이미 주지아로는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디자이너들과 만남을 이번 방한 기간 가졌고, 1974년에 포니가 양산됐던 울산 공장을 돌아보는 등 현대차와의 협업을 시작했다.

‘포니 쿠페’, ‘포니’는 어떤 차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내보인 포니 쿠페 콘셉트는 전면부가 길고, 후면부는 짧은 형태이고 프레스 압력 가공 형태로 만들어진 차체 바디를 지니고 있었다. 또 전면부 램프 모양을 사각형으로 변경한 ‘포니 쿠페 콘셉트’ 시제품이 이후 제작되기도 했다.

포니 쿠페에 대해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 기자


사선과 직선으로 끊어낸 면면들은 단순했고 ‘사이버틱한 모습’을 지녀 주목을 받았다. 루프 디자인 역시 ‘글래스’를 사용하는 등 시대를 앞섰다.

이런 ‘포니 쿠페’는 이후 주지아로가 만든 ‘드로리안 DMC 12’ 모티브 모델이 됐다. 올해 실차로 등장한 현대차의 고성능 수소전기차 ‘N 비전 74’의 뿌리이기도 하다.

‘포니’는 1973년 10월 즈음 조르제토 주지아로에게 디자인이 의뢰된 이후, 프로토타입이 1974년 6월 개발돼 그해 10월 3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열린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 올라 큰 인기를 누렸다.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포니가 1974년 제작되던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 손재철기자


당시 보도된 기사 내용들을 보면 16개국에서 80여개 출품작이 올라왔고, 이 중 포니와 포니쿠페 컨셉트는 197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최초로 해외로 나가 토리노 모터쇼에서 대히트를 치게된다.

이어 ‘포니’만 1975년 12월 미쓰비시 세터 엔진을 더해 첫 생산을 개시했고, 이듬해 1976년 1월 국내 비로소 공식 출시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디자인 ‘의뢰 상담’에서 프로토타입 ‘제작’에 이어 양산화 설계, 부품개발 및 조달, 프레스 금형제작 등 1975년 첫 ‘포니’가 생산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2년 3개월’ 정도였다. 주지아로는 이를 ‘포니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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