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첫 사이보그 도전 … 루게릭병 환자의 감동 실화

박대의 기자(pashapark@mk.co.kr) 2022. 11. 25.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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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피터 스콧-모건 지음, 김명주 옮김 김영사 펴냄, 2만2000원

만약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면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남은 생의 길이를 말하는 의사와 안타까움과 슬픔에 잠긴 주변 사람들을 눈앞에 마주해야 할 때 머릿속에 긍정적인 생각을 할 공간이 있을까. 인생의 끝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때 인간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영국의 로봇공학자 피터 스콧-모건은 2017년 운동뉴런장애(Motor Neuron Disease·MND)라는 난치병 판정을 받는다. 통상적으로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이 병은 온몸의 근육이 천천히 마비되는 희귀 질환이다. MND 환자들에게 숨 쉬고 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은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시 피터는 예순을 목전에 둔 나이로, 그에게 남은 생은 길어야 2년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간을 따져가며 고민하거나 절망하는 대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자기 몸과 인공지능(AI)을 융합해 인류 최초의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도전이다. 하루를 살더라도 온전하게 자신으로 존재하고자 하는 그의 욕구는 절망의 순간을 조금이나마 희망적으로 바꿨다. 그는 자기 몸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장애와 질병, 죽음을 정복하는 도전을 시작한다. 주어진 삶이 아닌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다.

MND 환자들은 대개 음식을 삼킬 수 없어 굶어 죽거나 숨을 쉴 수 없어 질식사한다. 이에 피터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와 결장, 방광에 관을 삽입하는 '트리플 오스토미' 수술을 받았다.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생리적인 욕구를 타인의 도움 없이 홀로 해결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여생의 길이를 연장했지만, 그 대가로 목소리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 나섰다. 정보기술(IT) 기업과 협력해 자신의 원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한 합성 음성을 만들어낸 것이다.

그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2년간 축적한 사이보그의 형태를 '피터 2.0'으로 명명했다.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계처럼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기대에 붙인 이름이었다. 신체의 절반이 기계가 된 그의 이야기는 2020년 영국 BBC에서 다큐멘터리로 방영되며 화제를 모았다. 피터는 손발과 장기를 기계로 바꾼 데 이어 뇌도 AI와 융합해 영생할 수 있는 '피터 3.0'을 꿈꿨다. 하지만 지난 6월 그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는 그가 시한부를 선고받고 사이보그로 삶을 연장하려 했던 실화를 담은 책이다. 규칙을 깨고 희망을 마주하려는 피터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사이보그 진화 프로젝트가 미래가 아닌 현실의 일이라는 점을 일깨운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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