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시작부터 삐그덕···여야 갈등에 여당 내 파열음
여야 합의로 실시되는 이태원 핼러원 참사 국정조사가 시작부터 삐그덕대고 있다. 여야는 25일 국정조사 대상 기관으로 대검찰청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 공방을 이어갔다. 본격적인 국정조사 시기를 결정지을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두고도 갈등이 계속됐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실익이 없는 합의를 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여야는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의결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국정조사특위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하루 만에 뒤집고 대검찰청을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며 특위 참여를 한때 보이콧했다. 여야는 본회의를 앞두고 증인을 대검찰청 마약 관련 부서장으로 한정하기로 합의해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했다.
양당 간 타협으로 갈등을 임시봉합했지만 여진은 이날도 이어졌다.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정조사가 방탄용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아직 거두지는 않았다”며 “마약수사 부서장이 대검의 반부패강력부장인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수사와 관련된 대장동 게이트,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 등을 총괄한다. 그런데 (국정)조사를 당하는 입장이 되면 굉장히 움츠러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을 촉구한 것을 두고 “민주당이 원하는 국정조사란 답을 정해놓은 진상규명의 들러리인가”라며 “책임 대상, 방법, 시기를 민주당 마음대로 모두 결론낸다면 수사나 국조는 무슨 의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임선숙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 ‘이재명 사법리스크를 물타기하고 제2의 세월호 망령을 이용해 권력을 무너뜨리겠다는 의혹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며 “야당 대표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세월호 희생자를 한꺼번에 욕보이는 망언 중의 망언”이라고 주장했다. 임 최고위원은 이 의원의 사과와 행정안전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예산안을 심사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여야 간 갈등이 본격화됐다. 여야는 실질적인 국정조사 일정인 기관보고, 현장조사, 청문회 일정을 예산안 처리 후에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예산안 처리가 늦어질수록 조사기간 45일 중 실질적인 활동 기간이 줄어드는 셈이다. 여야는 이날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대통령비서실 업무지원비를 두고 격돌했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인원을 줄인다고 했으니 2022년도보다는 전체 금액이 줄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 업무의 총량 자체나 역할이나 기능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나왔다. 국정조사 계획서 본회의 표결에서 반대 표를 던진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이런 형태의 국정조사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정조사를 하면 정부여당이 계속 수세에 몰릴 텐데 (책임 소재에 대한 내부)정리가 안 된 상태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한 친윤석열계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저 큰 것(국정조사 합의)을 해주면서 예산안(양보)을 안 받고 뭘 했는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훨씬 손해 보는 장사”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면서 국정조사 진행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조사 대상에서 대검찰청을 빼자는 주장이 주 원내대표의 합의를 번복하자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의원들의 의견이 있을 수가 있는 것”이라며 “최종 양당 원내대표 간 합의가 있었지만 그걸 가지고 국정조사 위원들이 무조건 그냥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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