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반말 정권, '좋게 생각합시다?'

2022. 11. 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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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로는 충성하고 아래로 반말하는 대통령실

[정희준 전 동아대 교수]
지난 14일 대통령실 이진복 정무수석은 국회에 출석하여 MBC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조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언론 길들이기'라며 비판하자 팔짱을 낀 채 "자꾸 공격하지 마시고 같이 좋게 생각합시다"라고 답했다가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은 "기분 나쁘다고 협박을 하나" "뭐? 합시다? 반말하시나"라고 지적하는 등 야당 측 질타에 이 수석은 결국 사과했다.

"합시다"는 공식적 자리에서 쓸 수 있는 용어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은 사람이 적은 사람에게, 상사가 부하에게 하는 말이다. 상대를 공경하는 자세였다면 "하시죠"라 말했어야 한다. '합시다'는 상대편을 낮게 대우하여 하대하는 말이다. 하대의 유의어엔 '반말'과 '멸시'가 포함된다. 야권과의 소통이 주요 업무인 정무수석이 팔짱을 끼고 그런 언어를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대통령실이 야당을 대하는 자세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실과 언론

18일 아침 대통령실 도어스테핑에서 MBC를 악의적인 가짜 뉴스 생산자로 지목하는 발언이 끝나자 MBC 이기주 기자는 "무엇이 악의적이냐?"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을 던졌고 윤 대통령은 이를 무시하고 들어갔다. 이때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이 이 기자에게 "예의가 아니다," 이에 이 기자는 "질문도 못하나"며 설전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 비서관이 "말씀하시고 끝났잖아, 그렇게 했잖아" 하자 이 기자는 즉시 "반말하지 마세요"라고 반박하며 논란이 됐다.

지난 8일 국회에 출석해 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웃기고 있네" 메모를 썼다가 퇴장 당한 김은혜 홍보수석이 논란이 된 바 있는데 이번엔 홍보비서관이 기자를 상대로 반말을 불사하며 대통령에 대한 예의를 강조한다. 이쯤 되면 대통령실의 분위기를 쉽게 할 수 있다. 야당과 언론을 국정의 동반자나 홍보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랫사람 취급하는 것이다. 그러니 반말도 함부로 하게 된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유인촌 문체부 장관의 반말과 심지어 국회에서의 욕설이 문제가 된 적이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제 6개월을 보냈음에도 유난히 대통령실의 설화가 많다. 왜 그럴까?

대통령실과 국민

수석들의 자세와 태도, 대통령실의 분위기는 당연히 그 조직의 수장인 대통령의 영향력 아래 형성되기 마련이다. 비속어에 반말과 습관적 손가락질, 그리고 어깨 툭 치는 등의 신체접촉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대통령의 행태는 대통령실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처음 보는 사람들, 특히 현장 공무원과 국민들에게조차 반말을 기본으로 하는 초유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의 반말이 대통령실 구성원들에게 그대로 전염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발생하는 두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많은 이들이 대통령실 참모들이 대통령께 직언을 해야 하는데 그런 참모가 보이지 않는다며 안타까워 하는데 참 답답한 소리다. 저런 성향의 대통령에게 직언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지금의 대통령실 내에서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나 다양한 대안 검토가 불가능하다. 아니, 그럴 필요가 없다.

위로 충성하고 아래로 반말 하나

둘째, 정치집단이든 직업집단이든, 조직의 분위기가 위에 조아리는 정도가 심할수록 아래 사람들에게는 함부로 대하게 된다. 여당도 마찬가지이지만 대통령실이 '국민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대통령 중심'이 되면 다른 사람 이야기는 들을 필요도 없고 아랫사람 대하듯 하게 된다.

설전을 벌이던 홍보비서관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은 대통령실이 지금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대통령의 심기라는 것을 순식간에 드러낸 것이고, 이진복, 김은혜 수석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태까지 종합해보면 윤석열 정부는 야당도, 언론도, 무엇보다 국민도 아랫사람 대하듯 하는 것이다. 그러니 반말은 기본이다. 사실 이쯤 되면 '최초의 반말정권'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게 아닌 듯하다.

'동방예의지국' 우리나라는 같은 문화권인 일본, 중국보다도 존댓말이 더 엄격하다. 그런데 그 활용 방식이나 강도는 주로 나이에 따라 결정된다. 윗사람을 공경하고 연륜의 지혜를 존경하는 미풍양속이기에 지금에까지 이어져 온 것이다. 그런데 찰나적 권력을 잡았다고 국민을 아랫사람 대하듯 반말을 하는 자들이 있다. 예의도 모르는 자들이지만 참으로 보기 드문 오만한 권력이다.

▲18일 출근길에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정희준 전 동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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