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만 지방선거…민진 “민주주의 결의 보여줘야”vs 국민 “전쟁 거부해야”
26일 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야당인 중국국민당(국민당)이 양안(중국과 대만) 문제를 쟁점화하며 유권자들에 막판 지지를 호소했다. 민진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대만의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당은 민진당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전쟁 위험이 고조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민진당 주석인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방선거를 이틀 앞둔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선거 막판까지 누구에게 투표할지 망설이고 있다면 나에게 투표해 달라”며 민진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고 중앙통신사 등이 25일 보도했다. 차이 총통은 영상에서 “현(縣)·시장 후보는 총통 후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고 민진당의 현·시장에 투표하는 것은 곧 차이잉원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라며 “내가 남은 임기 동안 여러분에게 한 약속을 더 잘 완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집권당과 자신에 대한 중간평가로 연결지으며 막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차이 총통은 같은 날 타오위안(桃園) 시장 선거 지원 유세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중국의 위협에 맞선 대만인의 결의를 보여줄 것을 호소했다. 그는 “중국의 군사훈련과 공산당 20차 당 대회 이후 대만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전 세계가 이번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당은 이에 맞서 전쟁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국민당에 투표해 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난 8월 중국 공산당의 대만 포위 훈련 이후 양안 정세는 더욱 험난해졌다”며 “민진당에 투표하면 청년들이 전쟁터에 나가게 될 것이고, 국민당에 투표하면 양안에 전쟁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도모하길 기대하고 있지만 국가 안보와 대만 국민의 복지는 차이잉원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이 아닌 것 같다”며 “평화를 선택하고 전쟁을 거부하라”고 주장했다.
26일 치러지는 대만 지방선거는 2024년 1월 총통 선거의 전초전 성격을 갖는다. 집권 민진당으로서는 선거 패배 시 차이잉원 정부의 국정 동력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야당인 국민당 입장에서는 다음 총통 선거에서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절대 승기를 놓칠 수 없는 선거다. 통상 지역 이슈가 주요 의제가 되는 지방선거에서 양당이 양안 관계를 쟁점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과 맞닿아 있다.
4년에 한 번 치러지는 대만 지방선거는 광역단체장에 해당하는 22개 현·시의 장과 각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등을 뽑는 선거로 9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져 ‘구합일(九合一)’ 선거로 불린다. 현재 판세는 4년 전 지방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당 쪽에 기울어 있다. 국민당은 2018년 22곳의 현·시장 선거 중 15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해 6명의 당선자를 낸 민진당에 압승했다. 양당 모두 4년 전보다 많은 현·시장 당선을 이번 선거의 목표이자 승패 결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
대만 정가와 정치분석가들은 국민당이 13∼16곳의 현·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고 민진당이 4∼7곳에서 이길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1∼2곳에서는 총통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커원저(柯文哲) 현 타이베이 시장이 창당한 민중당과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는 커 시장이 불출마하면서 무주공산이 된 타이베이 시장 선거다. 타이베이 시장 선거에서는 장제스(蔣介石) 초대 총통의 증손자인 장완안(蔣萬安) 국민당 후보가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차이잉원 정부 위생복리부장을 지낸 천스중(陳時中) 민진당 후보와 커 시장의 지원을 받는 무소속 황산산(黃珊珊) 후보가 막판 추격전을 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CNA)는 “중국과의 긴장 고조와 경기 둔화로 인한 집권 민진당에 대한 불만이 이번 대만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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