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정치박박] `그들만의 리그` 갇힌 용산… 민심 깊이부터 재야
MBC와 결투하는 尹, 메시지 자제력 잃는 여당
민주당발 "빈곤포르노" 시비 대응도 본질 뒷전
金여사 논란 부른 독자행보 납득할 설명 없어
원내협상 '강대강' 압력만…국정책임 태도 찾길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이태원 압사 사고 직후보다도 지지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양상으로도 보인다. 격주로 실시되는 데일리안 의뢰 여론조사공정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대로면 국정지지도가 35.6%(10월25일 조사)→37.5%(11월8일)→32.4%(11월21~22일) 순으로 올랐다가 크게 내렸다.
같은 기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국 39.4% vs 민 40.7%→국 41.8% vs 민 40.3%→국 33.6% vs 민 45.1%' 순으로 급변했다. 최근 2주 사이에 여당 지지율이 8.2%p 꺼지고 국정지지율도 꺾인 것이다. 비교적 소극지지층과 대세여론이 더 많이 반영되는 ARS 기반의 여론조사에서조차 '빨간불'이 들어왔다.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전후 'MBC 대통령전용기 탑승 불허', '민주당발(發) 김건희 여사 빈곤포르노 시비', '도어스테핑 중단' 논란이 겹친 기간이다.
이 기간 대통령실과 여당은 'MBC 때리기'에 집중했다. 권력의 정점과 일개 방송국이 1대1 결투하듯 하고, '트럼프의 미국' 때와도 다른 보복조치 논란을 불렀다. 지난 18일 마지막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이 MBC 전용기 탑승 불허 이유를 "대통령의 헌법수호 책임의 일환"이라고 밝히고, MBC에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고 말하자 MBC 기자가 "뭐가 악의적이냐"고 소리치며 따라붙었다.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이 MBC 기자의 접근을 막아서다 언쟁을 벌이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대통령실은 MBC 대응 입장문으로 "이게 악의적이다"며 10가지 이유를 댔다. 대통령 미국 방문 당시 혼잣말을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 팔려서 어떻게 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선제 폭로하고, 미확인 발언으로 미 백악관 입장까지 물어 반쪽 보도했다는 책임론 등을 들었다. 작은 논리싸움에서야 앞섰을지도 모르나, 골리앗이 다윗을 때려눕힌들 자랑거리가 될 수 없듯 실(失)뿐인 대결이었다. 출입기자단에 MBC 배제를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통령 발언의 진위엔 거듭 함구하면서, MBC 탓과 함께 도어스테핑을 멈추니 편협한 이미지만 고착화했다. 전임 대통령들과의 소통 차별화 수단을 접으니 지지층 내 매력도도 떨어졌을 것이다. 이 와중 여당은 MBC 일탈 주장에 집중하며 기자가 신고 있던 슬리퍼로 눈돌리는 시도도 했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경영진까지 차지한 상황을 꼬집는다지만,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가 "MBC의 조직 자체도 너무 동종교배"라고 빗대는 등 절제력없는 메시지까지 나왔다.
움직임들은 부지런해도, 본질을 우회한 태업처럼 느껴졌다. '빈곤포르노' 시비도 마찬가지다. 장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캄보디아의 심장병 환아를 만난 김건희 여사에 대해 "빈곤포르노 화보 촬영"이라며 소음을 일으키고, '외신과 전문가들이 김 여사가 조명을 사용했다고 분석했다'고 실체불명 주장을 했다가 대통령실의 형사고발 대상이 됐다. 주한캄보디아대사가 "지나치게 정치 이슈화됐다"고 불쾌감까지 드러냈다. 그런데 책임론이 과연 민주당에만 향할까.
대통령실 고발 1호 건이 김 여사에서 비롯된 데 대해 김진애 전 열린민주당 의원은 "국민이 김건희를 선출했나"라고 했다. 유효한 의문 제기다. 김 여사는 아세안(ASEAN)+3 정상회의 때 예정된 참여국 정상 배우자 모임 참석 대신 구태여 독자행보를 했다. 논란된 사진도 '셀프 공개'한 것이다. 이와 관련 여당 일부 중진은 "영부인 미모"를 운운하며 흠집내기로 치부하거나, 행사 장소가 앙코르와트 사원임을 부각해 "'관광객 영부인'보다 천배 더 좋다"며 전임 대통령 내외를 겨눴다.
이 역시 본질과 거리가 멀다. 지난해 12월26일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고개를 숙인 김 여사가 영부인이 됐다. 이후로도 해명 없이 광폭(廣幅)행보를 반복하는 데엔 설득력이 없고, '제2부속실 폐지 공약'을 지킨다면서 대통령의 보좌인력들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자초하는 모순도 마찬가지다. '아니면 말고'식, '여혐' 수준 공격을 받는다고 해도 야당으로 귀책되지 않고 지지층 확장력은 떨어지는 게 근거없는 현상이 아니다.
결벽인지 혐오인지 모를, 여의도 정치를 대하는 태도도 불안하다. 대통령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친윤(親尹) 핵심 3선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 운영위 대통령실 국정감사 중 '웃기고 있네' 메모를 주고받은 두 수석비서관을 퇴장시킨 주호영 원내대표에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걱정이 된다"고 공개 경고한 바 있다. "주 원내대표에게 원내지도부 한번 더 준 건…"이란 주어없는 말도 의미심장하다. 당선인 수행실장이었던 이용 의원까지 초선임에도 5선 주 원내대표 비판에 가세했다.
지난 23일 '선 예산안 처리 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하자는 당론이 정해진 직후 대통령실에서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고 한다.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조 계획서를 처리할 때 참석한 친윤계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국조 합의 이후 대검찰청을 조사대상에서 빼자는 여당의 요구가 뒤늦게 나온 것도 부자연스럽다. 여소야대에 여론지형까지 불리한 상황 속 원내사령탑에 지운 책임만큼 권한이 주어졌는지, 권력이 불가피한 결과물을 받아들고 대응할 마음가짐이 돼 있는지 의문이다.
매사 '강대강', '비타협'을 추구하거나 자신이 유리한 경기장만 찾아다니면서 다투는 건 잃거나 책임질 게 없는 주체들만 가능한 일이다. 의석 수가 적어도 여당은 여당이고 대통령과 정부는 '살아있는 권력'으로 받아들여진다. 여당이 부각하는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도 별개의 문제고, '언더독 검사 윤석열'이란 인식은 지난해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끝난 지 오래다. '그들만의 리그'에 빠져 저잣거리 싸움 벌이는 듯한 국정은 접고 민심이란 바다 깊이부터 헤아려 변화할 필요가 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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