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구속’, 대장동 일당 ‘폭로’…“검찰, 이재명 영장 청구 가능성”

조해수 기자 2022. 11. 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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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이재명 대표 조사 '당연히' 필요”…지방권력 사유화·대선자금 관여 등 확인

(시사저널=조해수 기자)

'사면초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현재 상황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다. '최측근'은 구속되고, '대장동 일당'의 폭로는 줄을 잇고 있다. 검찰은 "이 대표와 관련한 조사가 '당연히' 필요하다"며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공식화'했다. 허위사실 유포(공직선거법 위반)와 관련한 재판은 이미 시작됐다. 또한 성남FC 후원금 의혹도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결국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 요구 후 체포 또는 구속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리스크로 비화하기 전에 '손절'해야 한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가장 주목되는 인물은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다. 11월24일 0시에 출소한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천화동인4호 소유주)처럼 '입'을 열면,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일단 김씨는 "법률적 판단을 떠나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다.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답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 대표 자택 보관 1억5000만원의 출처는?

이재명 대표는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는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다.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구속된 11월19일, 이 대표는 SNS를 통해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정진상 실장은 구속된 지 나흘 만인 11월23일 법원에 구속의 적법성을 물었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부장 양지정·전연숙·차은경)는 "증거인멸 및 도망의 우려가 있다"는 김세용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기존 판결을 유지했다. 하루 앞선 22일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정 실장이 2018∼21년 도지사 비서실 정책실장으로 일했을 당시 도청 직원들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확보했다. 정 실장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부정처사후수뢰, 부패방지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출신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법관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면 어느 정도 소명이 됐다는 얘기다. 구속영장 발부의 전제 조건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이게 항상 전제 조건"이라면서 "최측근 인사가 연이어 2명 구속되면 (이재명 대표가) 최소한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다' 이런 유감 정도는 표시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 정도의 정치적 제스처는 있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정진상 실장은 물론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대표의 지방자치권력을 등에 업고 '사유화'해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와 유착관계를 맺고 부당이득을 추구했다고 보고 있다. 김 부원장은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11월8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이 받은 8억여원을 이재명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대표의 관여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 대표의 자택에 보관돼 있었다는 1억5000만원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6월말, 이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경기도청 공무원 배아무개씨가 비서실 직원 A씨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다른 비서로부터 출금 내역서를 받아 (이 대표 자택이 있는) 수내동에서 보자"는 문자와 예금거래내역서·통장 사진을 보냈다. 통장주는 물론 1억5000만원 입금자도 이 대표였다. 검찰은 이 돈을 김용 부원장·정진상 실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책조정실장이 11월1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검찰, 이재명 대표의 '배임' 혐의에 집중

검찰은 이재명 대표의 '배임' 혐의에도 집중하고 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대장동 일당과 공모해 이들에게 651억원가량의 택지 개발 배당이익과 1176억원에 이르는 시행이익을 몰아주고, 그만큼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배임 행위의 최고 '윗선'을 이 대표로 보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4년 3월20일 '대장동·제1공단 결합 도시개발사업 위·수탁 운영계획 보고' 문건에 "사업시행자를 도시개발공사 또는 동 공사가 출자하는 SPC(특수목적법인)로 지정할 것을 조건으로 위탁할 것"이라고 직접 적었다. 이를 통해 민간사업자가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대장동 사업에서 성남시가 초과이익 환수를 포기한 경위도 중요하다. 검찰은 2015년 2월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발표 수개월 전부터 대장동 업자들이 자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의 사전 승인을 받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1822억원의 확정이익만 제공하고 대장동 일당에게 이익을 몰아주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가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최근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대장동 일당의 연이은 폭탄발언 때문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11월21일 0시에 석방된 남욱 변호사는 "내가 잘못한 만큼만 처벌받고 싶다"면서 언론은 물론 대장동 재판을 통해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진술을 번복한 것에 대해 "1년 전에는 이재명 대표가 지지율 1등인 대선후보였기 때문"이라며 "더군다나 나는 그쪽에 대선 정치자금까지 준 상황이어서 말을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내가 한 법정 진술에 대해) 아니라고 생각하면 고소할 수 있다. (이 대표 측에서) 왜 아니라고만 하고 위증죄로 고소하겠다는 얘기는 안 나오냐"며 이 대표 측을 도발하기도 했다.

남욱 변호사는 석방된 당일 재판에서 "김만배씨에게서 들어서 알았다"면서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유동규 전 본부장,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5호 소유주) 등의 진술과 일치한다.

또한 남욱 변호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초과이익 환수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2015년 1월) 정영학 회계사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제안했고,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실장을 통해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보고한 뒤 승인을 얻었다"면서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을 통해 공모지침서에 해당 내용을 반영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 역시 검찰 수사에서 같은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월2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왼쪽 사진)과 남욱 변호사가 각각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시사저널 이종현

박영수, 권순일 등 '50억원 클럽' 수사도 재개될 듯

남욱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 측에 '선거 자금'을 여러 차례 건넸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11월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 심리로 열린 자신의 배임 혐의 공판에서 "2014년 4월부터 9월까지 분양대행사 대표 A씨로부터 22억5000만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건네받았고, 같은 해 4월부터 6월까지 유동규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 등을 거쳐 최소 4억원을 이 대표 측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4억원 외에 추가로 "1억~2억원을 이 대표 측에 전달한 걸로 기억하지만, 선거 전인지 후인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정진상 실장과 김용 부원장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돈이 전달될 당시의 구체적인 상황이 법정에서 묘사되기도 했다. 남 변호사는 2013년 4월16일 성남 분당에 있는 한 일식집에서 현금 9000만원을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남 변호사는 "유씨(유동규)가 받자마자 바로 다른 방에 가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왔다"면서 "당시에는 몰랐는데 형들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유씨가 나중에 '높은 분들'에게 드려야 할 돈이라고 언급했다"며 "(높은 분들이란) 정진상, 김용으로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

남욱 변호사는 2018년 이재명 대표의 경기지사 선거 자금도 대장동 일당이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김씨(김만배)가 선거 이후 '유동규 전 본부장도 모르게 정진상 실장 등에 직접 얘기해서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증언했다. 남 변호사는 "김씨가 '화천대유의 월 운영비를 현금화해 월 3000만원을 유 전 본부장을 통해 정 실장과 김용 부원장에 전달한다'고 했다"면서 "나중에 확인하니 유 전 본부장이 월 3000만원이 아니라 월 1500만원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남욱 변호사의 폭탄발언으로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수사의 단초가 된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파일에는 김만배씨가 정 회계사에게 "50개 나갈 사람을 세어줄게"라며 "박영수(전 특검), 곽상도(전 국회의원), 김수남(전 검찰총장), 홍선근(머니투데이그룹 회장), 권순일(전 대법관) 그리고 윤창근(성남시의회 의장) 14억, 강한구(성남시의회 의원) 3억"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검찰은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유력 인사 가운데 곽상도 전 의원만 올 2월 재판에 넘겼다. 박영수 전 특검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나머지 법조계 인사에 대해서는 사실상 수사가 멈춰있다.

남욱 변호사는 '김만배씨가 김수남 전 총장과의 친분을 자랑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며 "제가 사실확인을 한 적은 없지만 김씨(김만배)로부터 김수남 당시 수원지검장께 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의 뇌물수수 사건을 잘 봐달라,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총장은 지난해 '50억 클럽'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며, 자신을 언급한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상대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중심에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11월 24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고 있다.ⓒ시사저널 박정훈

"백현동 개발, 국토부 강요 아닌 성남시 주도"

이재명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을 알고 있었는데도, 지난해 12월 민주당 대선후보로 방송에 세 차례 출연해 "얼굴도 모른다" 등으로 말했다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지난 9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11월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2차 준비기일에서 8000쪽에 달하는 증거 기록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2015년 호주 출장 당시 김문기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치고도 몰랐다고 말한 것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골프를 친 사실도 동의하지 않느냐"고 묻자, 이 대표 측 변호인은 "허위사실 공표는 공표된 내용 자체로 판단하는 것이고, 그 사람 말 속에 숨어있을 법한 과거 모든 사실까지 끄집어내선 안 된다"고만 답했다.

이재명 대표는 성남시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부지 용도 변경을) 국토부가 요청해서 한 일이고, 안 해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말했는데, 이 역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성남시가 2014년 청와대에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개발 용도변경 시 지자체와 협의할 것'을 요구하는 등 사업 방향에 적극 개입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서가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활용방안'에 따르면, 성남시는 2011년 10월 '공공기관 이전 부지 활용 산업기반 및 자족 기능 확보 기본계획과 부동산 저가 매입 개발 계획'을 수립했다. 이어 2012년 7월30일 국토해양부에 해당 부지 매입 계획을 제출했다. 2013년 8월9일 열린 청와대 국정과제 비서관회의에서는 △한국식품연구원 부동산 용도변경 시 지자체 협의 △매입가격 조정 △과세차별 완화 등을 건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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