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뇌과학] 뇌가 실수와 오류를 제거하는 법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2022. 11. 2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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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무엇을 습득하는 행위보다는 오류들을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가 중요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반적으로 무엇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이 학습하는 정보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며, 어떠한 정보를 학습하느냐에 따라 생체가 이를 습득하는 방식도 매우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운동 기술(motor skill)은 특정 기술과 그 기술을 구성하는 패턴과 요소들을 갖추어 오류가 없게 능숙하게 구사하는 게 필요하다. 이러한 종류의 정보를 배운다는 과정은 매번 새로운 무엇을 습득하는 행위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기술과 상관없는 요소들인 '오류를 얼마나 잘 제거하느냐의 과정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모 방송사의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보면 특정 기술에 통달한 일반인들의 놀라운 기술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무심하게 집고 자르고 던지고 휘두르면 놀라운 결과물들을 거의 오차없이 기계적으로 만들어 낸다. 그들의 통달한 기술은 글로 된 설명서를 따라해서 배운 것도 아니고 학원에서 강사를 통해 체계적으로 배운 것도 아니며, 자신 스스로 특정 기술을 오랜 시간 동안 연습하고 그 과정 중에 수많은 시도와 오류를 극복하여 이루어 낸 것들이다.

예를 들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음식을 만들어야 했던 달인은 일일이 재료를 계량하기가 힘들어서 한 손으로 정확한 양의 재료를 집으려 여러 번 노력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그 양이 들쭉날쭉했을 것이고 계량한 양과 맞춰가며 다시 수정하는 시도를 수도 없이 반복했을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점차 본인의 감이 계량치와 비슷해지고 결국 오류는 거의 없어지게 마련이다. 

언어를 배우는 것도 비슷하다. 모국어나 외국어 모두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때까지 반복 수행하고 오류를 제거하기 위한 노력을 가한다. 새로운 표현과 단어를 배워야하는 순간도 있지만 그것을 실제로 언어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그 언어처럼 보이고 들리는지가 중요하므로 무수한 시도와 오류를 통해 다시 수정해 나가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서 특정 언어에 통달해지는 것은 운동을 배우고 달인처럼 특이한 기술에 통달해지는 것과 본질적으로 비슷하며, 이들의 학습은 뭔가를 배우기 위해 오류를 없애가는 과정이 중요시 된다. 그렇다면 우리의 뇌는 이러한 학습 과정 중에 어떻게 오류를 낮추거나 제거해 나갈까. 

인간의 뇌로 이를 직접 연구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일부 과학자들은 새를 실험동물로 이용해서 이를 연구해 오고 있었다. 그 예로 몇 년전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 doi: 10.7554/elife.03697)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새의 뇌가 학습 과정 동안 오류 정보에 어떻게 반응해 학습하고자 하는 기술을 습득하는지 실마리를 밝힌 바가 있다.

운동 기술 및 언어의 학습 원리를 연구할 때 과학자들은 제브라 핀치라는 새를 활용하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운동 기술 및 언어의 학습 원리를 연구할 때 과학자들은 금화조라 불리는 제브라 핀치(Zebra finch)라는 명금류의 새를 활용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금화조가 속해 있는 노래새(song bird)가 다른 새의 노래를 학습해 똑같이 부르는 몇 안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금화조의 수컷은 암컷에게 구애를 하기 위해 특이한 패턴의 구애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의 구애 노래는 다른 새들의 단순한 지저귐과 달리 복잡한 레퍼토리와 음색을 갖고 있다. 구애 노래는 특정 음색과 리듬 등의 패턴을 갖추고 있고 이것이 완벽할수록 암컷의 관심을 끌기가 쉽다. 
 

금화조는 어릴 때의 노래는 일정한 패턴이 없고 구조화 되지 않았으며 성체의 노래와 비슷하지도 않다. eLife 제공

금화조가 어릴 때부터 성체가 될 때까지 부르는 노래들을 완벽한 성체의 노래와 비교 분석해보면, 어릴 때의 노래는 일정한 패턴이 없고 구조화되지 않았으며 성체의 노래와 비슷하지도 않다. 마치 말을 막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엄마, 아빠'의 간단한 말마저도 불분명하게 따라하는 것과 같은데, 어린 금화조가 노래를 배우는 과정도 아빠 금화조의 노래를 듣고 이를 계속 따라 부르다가 결국에는 아빠 금화조 노래를 완벽히 흉내내게 되므로 사람이 말을 배우는 것과 유사하다. 따라서 금화조를 아빠 금화조의 노래를 제대로 배우기 힘든 소음이 매우 심한 환경이나 부모와 떨어져 있는 환경에서 키우게 되면 구애 노래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 번식에 실패할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노래 학습 초기 중에 관찰되는 노래의 다양성과 오류들은 AFP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life 제공

이와 같은 노래 학습은 뇌의 운동피질(motor cortex), 기저핵(basal ganglia), 시상(thalamus) 등 다양한 뇌영역간 연결성을 통해 조절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인간도 유사한 뇌영역들을 통해 음성 학습을 하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러한 영역들은 크게 두 가지 신경회로망으로 구성되어 활동하게 되는데, 하나는 학습된 음성 정보를 발성 관련 근육에 전달해 특정 패턴의 음성으로 노래 부르게 하는 ‘음성운동회로 (vocal motor pathway: VMP)’이며, 다른 하나는 음성을 다양하게 발성하게 하는 정보(오류)를 발생시키고 자신이 부른 노래로부터 얻어진 청각 정보들을 다시 음성운동회로에 전달하는 ‘앞전대뇌회로(anterior forebrain pathway; AFP)’로 크게 나뉜다. 노래 학습 초기 중에 관찰되는 노래의 다양성과 오류들은 AFP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 실제로 뇌 속에서는 학습과정 중에 두 신경회로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라이프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노래 학습 경험이 낮은 새와 노래를 능숙하게 부르는 새들의 뇌에서 각각 얻어낸 살아있는 조직절편을 대상으로 두 신경회로의 연결성 변화를 전기생리학을 통해 측정하였다.

그 결과 VMP 회로는 학습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갈 때까지 강도가 증가했지만 능숙해진 새에서는 오히려 그 강도가 감소하는 특징을 보였다. 흥미롭게도 음성 정보의 다양성인 오류를 발생시키는 AFP 회로의 활성도는 노래 학습의 정도와 상관없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는데, 이는 뇌는 학습 정도와 상관없이 배우고자 하는 정보와 약간씩 틀린 정보들을 잡음(noise)처럼 계속해 발생시키고 있었다는 의미다.

뇌는 학습 정도와 상관없이 배우고자 하는 정보와 약간씩 틀린 정보들을 잡음(noise)처럼 계속하여 발생시키고 있었다. elife 제공

기존의 다른 연구들에서 AFP 회로 내 뇌영역을 제거하거나 활성을 억제하면 노래의 다양성도 사라지고 아무리 학습을 시켜도 노래가 지속적으로 불완전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을 관찰한 바가 있다. 그러므로 뇌 속에서 자발적으로 발생된 음성 오류 정보들은 단순히 미숙함과 불완전함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학습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아니다. 오히려 좀 더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필수적인 뇌 활성이며, 오히려 VMP 회로에서 이 오류 정보들을 처음에는 잘 활용했다가 기술 습득 정도가 높아지면 점차 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학습과 관련 없는 오류 정보가 일정하더라도 학습도가 완벽해질수록 점차 오류가 줄어드는 현상은 신기하지만 이율배반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럼 뇌에서는 오류 정보의 활용도를 어떻게 학습과정 중에 변화시킬까. 정말 오류정보는 어떤 상황에서도 항상 일정하게 발생되는 것일까. 그러한 오류정보들은 의미있는 정보를 담지 않고 단순히 잡음(noise)과 같은 무의미한 신경세포의 활성이 아닐까. 이에 대해 명확한 대답은 밝혀진 바가 없지만 과학자들은 학습과정 중에 오류정보가 여러 요인에 의해 변화할 가능성들을 제시한 바 있다. 
 

래 학습에 관여하는 운동피질 내 억제성 신경회로가 학습 전에는 무작위적으로 배열되어 있다가 학습 후 특정 패턴으로 재배열 된다고 한다. Nature Communications 제공

2017년에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10.1038/s41467-017-01914-5)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노래 학습에 관여하는 운동피질 내 억제성 신경회로가 학습 전에는 무작위적으로 배열되어 있다가 학습 후 특정 패턴으로 재배열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억제성 신경회로는 신경세포간 신호전달을 낮추는 역할을 하므로 억제성 신경회로의 재배열은 신경회로의 연결 강도를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그러므로 오류 정보가 VMP 회로의 일부인 운동피질로 지속적으로 전달된다 하더라도 학습에 의해 변화한 억제성 신경회로의 변화는 운동피질 및 VMP 회로의 활성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적 요인이 오류 정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사실 앞에서 언급한 연구에서는 수컷 금화조 혼자 성체로 성장해 나가면서 스스로 노래를 익히는 상황을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지만, 자연적인 상황에서는 수컷과 암컷이 모두 존재하는 상황에서 노래를 배우고 다듬을 것이다. 실제로 수컷 금화조가 혼자서 노래를 연습할 때와 비교하면 암컷이 주변에 있는 경우 금화조의 노래는 좀 더 명확해지고 오류가 줄어든다고 한다. 노래를 배우는 원래 목적이 짝짓기를 위한 것이므로 당연할 법 하다. 

2021년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doi: 10.1038/s41586-021-04004-1) 연구자들은 금화조 수컷의 오류 정보 회로인 VMP 회로 일부인 기저핵 내 세포 활성도가 노래의 다양성(오류 정보)에 비례하는지 측정했다. 예상했던 대로 수컷 금화조의 기저핵 내 세포들은 혼자서 노래 연습을 할 때보다 암컷이 있는 상황에서 노래 연습을 할 때 그 활성도가 현저히 낮아졌었다. 암컷의 존재를 인식한 수컷은 자신의 뇌에서 오류 정보를 덜 생성하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더 나아가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norephinephrine)이 암컷의 존재로 인해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으며 노르에피네프린이 직접적으로 기저핵 세포 활성도를 낮춰 노래의 오류를 줄여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노르에피네프린이 교감신경계를 통해 집중력, 혈류량, 대사활동 증가를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알려져 있으므로 수컷은 암컷의 존재를 눈치채고 좀 더 학습에 집중하는 동시에 노래 학습 회로 내 오류 정보 발생을 줄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비록 새를 활용한 연구 결과들을 소개했지만 인간인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몇 가지 있다.

첫째, 기술에 통달하기 위해서는 반복적 연습은 필수다. 금화조가 노래를 완성하는 시점은 알에서 깨어난 후 평균 90~130일이라 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각자 기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둘째, 좋은 선생과 목표를 삼고 연습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 어린 금화조는 아빠 새의 노래를 배우지만, 그 새끼 새가 아빠에게 노래를 배울 수 있는 이유는 아빠가 짝짓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운동 기술 또는 언어 모두 좋은 예시가 있어야 더 빠르고 잘 배울 수 있으며 다 익히고 나서도 큰 효용이 있을 것이다.

셋째, 훌륭한 내적 외적 동기가 필요하다. 수컷 금화조가 암컷이 있을 때 노래 학습 효율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특정 운동, 기술, 언어에 통달했을 때 내게 큰 의미와 도움이 되어야 더 잘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마 생활의 달인들은 그 기술을 익혀야 좀 더 빠르게 일할 수 있고 생계에 도움이 되는 것을 기대했거나 주변의 놀라움과 관심을 예상했을 것이다. 언어를 그냥 배우는 것 보다는 자신의 생존과 연애, 또는 학업적 직업적 필요성이 있다면 더 빠르게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위 세 가지 요소들 이외에도 다른 여러 요소들도 학습의 효율을 높이는데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이 글을 통해서 새와 인간과 같은 대부분의 동물의 뇌는 위에서 언급한 요소들에 반응하여 학습 효율을 높이는 타고난 메커니즘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필자소개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에서 근무 중이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겸임교수다. 현재 생쥐 모델을 활용해 학습과 기억을 조절하는 세포간 상호작용의 분자 기전을 연구하고 있으며, 뇌 속 기억 형성 및 변화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일반인들에게 소개하는 저술 작업도 같이하고 있다.

[박형주 한국뇌연구원 한국뇌연구원 신경혈관단위체 연구그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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