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반감 부르는 ‘강요된 추모’

유회경 기자 2022. 11. 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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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숨진 한 희생자 어머니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 등에 대한 국가 배상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그만 진상 규명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 10조 원을 받아도 그것이 국가 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다. 그런 뇌물이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 규명이라며 추모공간을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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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경 전국부장

이태원 핼러윈 참사에서 숨진 한 희생자 어머니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유가족 등에 대한 국가 배상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생각해 본 적도 없다. 이거 줄 테니까 위안 삼아서 그만 진상 규명 외치고 가만히 있으라는 뇌물인가. 10조 원을 받아도 그것이 국가 배상에 합당한 금액인가 생각할 정도다. 그런 뇌물이면 필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가족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진상 규명이라며 추모공간을 달라고 했다. 관련 댓글들을 봤다. 놀랍게도 하나같이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한 이용자는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순간에 아들이 사고로 죽음을 당했다면 마음이 너무 아프겠지요. 그게 다입니다. 대통령이 무슨 연관이 있길래 이런 유의 사고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직을 그만둬야 하고 잡혀 들어가야 하고 끊임없이 사과해야 하고 예산 할당해 추모공간을 만들어 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댓글을 올렸다. 또 다른 이용자는 ‘추모공간이라니. 왜 슬픔을 강요하는가’라고 했다. 유족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어 누구는 이를 악성 댓글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언론사가 이를 의식, 자발적으로 관련 기사 댓글창을 닫아놓기도 했다. 하지만 드루킹 같은 댓글 조작단이 일부러 작업하지 않았다고 전제하면 악의적 목적을 가진 사람들의 악성 댓글이라고 규정하기에는 여론의 흐름이 너무 크고 명백하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며 일정 수준의 진상 규명이 필요하지만 세월호 때처럼 정쟁으로 흘러선 안 된다. 추모에 진심인 분위기가 형성되면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그 슬픔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세월호 때와는 크게 다른 모습이다. 이태원 참사와 세월호 사고는 성격상 많이 다르지만, 세월호 유족 혹은 관련 단체 그리고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정치권 행태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경험 탓 아닌가 싶다. 서범수(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안산시는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지난 2017년부터 6년간 총 110억 원 규모의 피해 지원 사업비를 받은 뒤 일부를 ‘지역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명목으로 각종 시민단체에 지급해 활동을 맡겼다.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안산청년회라는 시민단체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제주도 2박 3일 출장 비용으로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1000만 원을 받아 수영장이 있는 대부도 펜션에서 자녀들과 1박 2일 여행을 한 사례도 있었다.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세월호 사고 진상 규명 역시 마무리되지 않았다.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국가기관 조사만 8년간 9차례 하고도 진상 규명을 완료하지 못했다.

책임 추궁에 몰두하다 보니 근본적 원인을 찾는 데 실패한 것이다. 그럴 거면 조사는 왜 했나 이 말이 입안을 맴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사람들을 냉소적으로 만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정쟁을 싹 뺀’ 추모공간이 생겼으면 한다. 우리와 우리 후배들이 경건한 마음으로 우리 사회의 미진한 부분과 우리의 어리석음과 경솔함을 돌아볼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그런 공간은 우리 공동체 존속을 위해 꼭 필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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