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예산 깎고, 공공임대 예산 늘리고?

박다해 기자 2022. 11. 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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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예산소위,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감액·증액 두고 진통‘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예산안 처리 기한에 달려
우원식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2022년 11월17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 첫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선임기자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2023년도 예산안을 두고 2022년 11월17일 본격 가동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예산소위)가 진통을 겪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관련해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하자고 제안하고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수용해 국정조사는 급물살을 탔지만, 정작 예산안 처리 곳곳엔 암초가 남아 있어 법정 예산안 처리 기한(12월2일)을 지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예결위 예산소위는 11월23일까지 총 네 차례 회의를 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보건복지부, 국방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법무부, 외교부 등의 예산을 두고 각 상임위 논의 결과를 토대로 부처별 감액 심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상임위에서 의결한 감액요구안을 두고도 여야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판단을 보류한 채 심사가 속행되고 있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행안부 경찰국이 문제적

법무부의 인사정보관리단이나 특수활동비 관련 예산이 대표적이다. 나라살림연구소 등을 통해 입수한 예산소위 내부 심사자료를 보면, 권칠승·윤영덕·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인사정보관리단의 업무가 대법관·헌법재판관의 인사검증도 포함하는지 불명확하고 국회의 자료 요구에 답변을 거부하고 있으므로 감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폐지하는 대신 법무부에 인사정보관리단을 두고 소속 검사 등에게 공직자 인사검증 권한을 맡긴다며, 이를 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으로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대법관, 헌법재판관 후보자까지 법무부에서 검증하는 건 삼권분립에 위배된다고 본다.

권칠승 의원은 인사정보관리단 관련 예산 70억6200만원을 전부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법원의 결정에도 검찰이 수사 관련 특정업무경비의 집행 내역과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점, 약 80억원 규모의 특수활동비 편성 근거와 집행 내역이 국회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는 점,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 변화돼 기존 업무추진비 등을 삭감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관련 예산 감액 의견을 냈으나 국민의힘이 이를 모두 반대하면서 예산안 심의가 보류됐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한 차례 충돌했던 행안부 경찰국 예산도 예결위에서 공방 끝에 심사가 보류됐다. 행안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애초 경찰국 예산인 인건비 3억9400만원, 경비 2억900만원을 모두 삭감했다가 여야 충돌이 이어지자 감액 규모를 조정해 일부(인건비 1억원, 경비 2100만원)만 줄인 채 의결했다. 하지만 예결위에서 다시 ‘전액 삭감’ 벽에 부딪혔다. 경찰국은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한다는 일각의 지적을 받아왔고, 경찰국 역시 ‘시행령 개정’으로 만들어졌다. “법적 근거가 없다”며 모두 감액하겠다는 민주당과 “정부안 원안 유지가 필요하다”는 국민의힘이 대치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원자력산업 강화’ 관련 예산도 여야가 팽팽히 맞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해외진출 지원’ 예산 가운데 ‘원전산업수출기반 구축’ 예산은 전년 대비 35억9800만원이 늘어난 69억2100만원이 책정됐다. 그러자 야당 예결위원들은 “RE100(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등에 대한 투자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증액 규모가 과도하고, 원전 관련 대기업이 참여하는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에서 비용을 추가 부담할 필요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2022년 예산과 유사한 수준(33억2300만원)으로 줄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대로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신재생에너지 금융·보급지원 사업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복합문화예술공간 예산 210억원 삭감?

청와대 활용과 관련한 예산도 야당이 삭감을 벼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가운데 청와대를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는 예산(217억원) 중 화장실 신규 설치와 안전 관련 예산을 제외한 210억원을 삭감(송기헌 민주당 의원)해야 한다거나 청와대에서 미술전을 열고(48억원) 각종 공연과 콘서트 등을 개최하는 예산(70억원)을 모두 감액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반도체 인력 양성’ 사업과 관련해 △민관공동 투자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100억4600만원) △시스템반도체 핵심IP 개발(67억8100만원) △반도체 아카데미 구축(23억원) 예산을 전액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 SK 등 특정 대기업만 지원해주는 정책인데다 다른 산업 영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이란 것이 배 의원실 관계자의 설명이다. 배 의원은 또 제주 제2공항, 새만금신공항, 흑산도 소형공항, 가덕도신공항 건설 등과 관련해 의원 가운데 유일하게 전액 삭감 의견을 냈다.

정부의 동의가 필요한 증액 심사는 더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2023년 예산안에서 가장 많이 삭감된 공공임대주택 지원 관련 예산을 최소한 전년도 수준으로 증액하고,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 구입·전세자금 관련 예산을 11조원에서 3조원 줄여 역시 전년도 수준으로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밖에도 종합부동산세·법인세 감면 등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줄여 확보한 재원으로 △119 구급대 지원 △지역화폐 발행 △어르신 일자리 △청년 내일채움공제 △기초연금 단계별 인상 △쌀값 안정화 등 민생 예산 증액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라 진통이 불가피하다.

예산안 ‘지각’ 처리는 국정조사도 영향

예산안 처리가 늦어지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까지 덩달아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여야가 11월24일부터 45일간 국정조사를 하기로 합의했지만, 사전 준비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인 조사는 ‘예산안 처리 이후’에 한다는 데 여당이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월24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간 안에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불만스러운 점이 많아도 국정조사에 합의했다”며 “반드시 예산안이 처리되고 그 후에 국정조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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