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용의 화식열전] 위믹스 어쩌다 상폐까지…혁신 대신 배신(?)
유동성 확보 수단으로 활용
떼돈 번 거래소들 투자소홀
적시 정보공개 시스템 부재
위메이드가 발행하는 디지털토큰 위믹스가 결국 상장 폐지된다. 가뜩이나 가상자산 관련 사건·사고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터진 악재다. 규제가 없어 생태계 참여자들의 ‘양심’만 믿어야 하는 상황에 가상자산을 통한 경제시스템의 혁신 보다는 눈 앞의 돈벌이에만 집착해 온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안이함이 낳은 결과다. 기존의 화폐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취지로 등장한 가상자산이 기존의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듯하다. 대동강 물을 판 ‘봉이 김선달’ 같은 사기꾼이 횡행해도 이를 막아낼 시스템이 없다. 서둘러 최소한의 규제라도 만들지 못하면 투자자들의 피해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믹스 토큰은 회계상으로는 계약부채다. 상품권과 비슷한 개념이다. 일단 돈을 빌리는 형태이지만 고객이 위믹스 생태계에서 이를 사용하면 수익으로 인식된다. 총 발행량은 10억개인데 위믹스 생태계 확장을 반영해 분당 15개씩 새로 만들어진다. 위메이드가 위믹스 수량을 잘 관리해야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회사가 얼마를 보유하고 있으며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유통되는 수량은 어떤지 정확히 보고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위메이드가 상당한 물량을 시장에 풀어 유통량이 늘었는데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게 핵심이다. 주식으로 치면 대주주가 보유지분을 팔면서 공시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18일 위메이드는 4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한다. 보통 전환사채는 자본이 부족하거나, 차입이 여의치 않을 때 발행된다. 위메이드는 올들어 3분기까지 매출은 3483억원으로 지난해같은 기간 2082억원 보다 크게 늘었지만, 손익은 605억원 흑자에서 114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424억원)과 투자(1438억원)에서 모두 1862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외부 차입 등 재무활동으로 1073억원을 마련했지만 유출 분을 모두 감당하기에는 부족했다. 유동자산은 3398억원이지만 유동부채는 5770억원이나 된다. 유동부채 가운데 4463억원이 위믹스 관련 선수수익이다.
보통 빚이 늘면 씀씀이를 줄이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그렇지 않았다. 올해 위메이드 적자의 이유는 비용급증이다. 3분기까지 영업비용으로 매출액 보다 많은 4044억원을 썼다. 전년 1364억원의 3배에 가깝다. 인건비가 1000억원 이상 늘었다. 개발 등을 위해 1년새 직원을 149명에서 443명으로 늘린 이유가 크지만, 주식보상비가 400억원 이상 늘어난 탓도 크다. 올 9개월간 직원 1인 평균 급여는 6300만원으로 지난 해 같은 4100만원 보다 50% 이상 높아졌다. 위믹스를 활용하면 손쉽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게 아닌 지 의심이 들 정도다.
회사 스스로 위믹스의 미래에 대한 믿음이 컸을 수도 있다. 장현국 대표는 지난 7월 보유한 주식매수선택권 가운데 절반(22만3504주)을 행사해 81억원 상당의 평가차익을 거뒀다. 성과급으로 받는 스톡옵션은 근로소득이어서 행사시점을 기준으로 종합과세가 된다. 주가가 낮을 수록 세금 부담이 적다. 장 대표 입장에서는 당시가 바닥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장 대표는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 연봉 10억원인 장 대표는 올들어 수령한 급여를 전액 위믹스로 바꿨다. 장 대표는 최근까지 위믹스의 상장 폐지 가능성을 일축했다.
테라·루나, FTX 사태 등으로 가상자산 생태계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 혁신을 기치로 한 가상자산 관련 업체들이 옛 금융권의 오랜 악습인 폰지, 횡령 등을 답습하고 있었다. 규제가 없어 막을 방법도 적다. 일례로 위메이드가 보유한 위믹스의 객관적(외부감사) 수치는 결산일 후 45일이 지난 시점에 공개되는 감사보고서에만 담긴다. 최대 넉 달 이상 깜깜이 상황이다. 이론적으로 결산기 초에 유통량을 늘렸다 결산기 말에 이를 다시 원상복구해도, 회사가 스스로 밝히지 않은 한 외부에서 이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비상장사라면, 외부감사를 받지 않는 발행사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이 위믹스 사태에 거래지원 중단, 즉 상장폐지라는 강수를 둔 이유는 ‘일벌백계’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발 방지를 막을 감시체계를 만들기 어려운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낸 측면도 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발행자에 그때그때 상황을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이 있지만 정밀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내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최근 천문학적 이익을 거뒀지만 임직원 급여와 복지에만 돈을 펑펑 쓰고 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는 투자에는 인색하다. 이번 사태로 가상자산 거래소가 정말 안전한지, 믿을만한 지 걱정만 더욱 커지게 됐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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